올 시즌 K리그의 화두는 꿈이다. 어떤 현실의 제약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 세 팀이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던 한계는 더 이상 이들에게 한계가 아니다. 꿈이 있기 때문이다.
전북 현대(1위)와 광주 상무(2위) 그리고 인천 유나이티드(3위, 이상 승점 20점)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이 꾸는 꿈이 있어 K리그는 아름답다. 축구팬들이 이들의 활약에 울고 웃는 이유다.
▲ 전북,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라
지난 주말 전북은 울상이었다. 무패 행진을 달리던 기세가 정규리그서도 부산에 패해 한 풀 꺾인 탓이다. 화끈한 골 폭죽 덕에 선두 자리는 지켰지만 아쉬움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 표정의 바닥까지 어둡지는 않았다.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북의 최강희(50) 감독은 "실망하면 안 된다. 9경기 중 1경기를 패했을 뿐이다. 아직 리그는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전북의 희망이자 꿈은 바로 과거 영광의 재현이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힘이다. 지난 2005년 그들이 이뤘던 아시아 제패를 한낱 기억 속에 놔두지 않고 현실로 끌어내겠다는 의지다. 올 시즌 K리그 챔피언을 노리는 전북은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벼르고 있다. 지금 분위기면 얼마든지 가능한 꿈이다.
전북의 꿈이 더욱 극적인 것은 이 꿈을 이뤄가는 구성원들에 있다. 다른 팀에서 내쳤거나 별 볼 일 없다는 판정을 받았던 선수들이 전북의 선두를 이끌고 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성남에서도 쫓겨난 이동국(30) 그리고 역시 성남에서 방출당한 김상식(33),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잊혀지다시피 했던 최태욱(28), 수원에서 퇴출된 루이스(28)가 이루는 하모니는 전북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
▲ 광주, 새 팀 창단의 꿈을 향해 뛰어라
지난해 광주는 그야말로 밑바닥을 경험했다. 여느 때나 꼴찌를 도맡던 성적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6년 전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탓에 퇴출의 위기로 몰린 탓이다. 창단부터 함께 했던 서포터가 등을 돌렸다.
그러던 광주가 새로운 기회를 잡았다. 새로운 팀을 창단할 때까지 잡은 2년의 유예. 그래서 올 시즌이 더욱 소중하다.
그래서일까, 광주가 달라졌다. 지난해 3승이 전부였던 광주가 벌써 그 배인 6승을 챙겨 2위를 달리고 있다. 골득실에서 뒤졌을 뿐 공동 선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수가 적은 이강조(55) 감독도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은 하겠다"고 말한다.
프런트의 얼굴은 더욱 활짝 피었다. 단순한 호성적이 아닌 창단이라는 꿈을 향한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포기'가 사라진 얼굴에 각오가 흐른다. 그 각오가 이제 선수들에게 번졌다. 단순히 군 문제 해결을 위해 2년간 머무른다던 선수들은 역사를 만들겠다고 벼르고 있다. 광주의 선전이 곧 그칠 것이라는 주변의 이야기와 달리 어느새 돌풍으로 번진 이유다. 꿈은 그래서 무섭다.
▲ 인천, 미래의 희망을 위해 달린다
올 시즌 인천의 변화도 극적이다. 장외룡(50) 전 감독의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르디쟈행으로 새로운 사령탑을 맞이한 인천은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규리그에서 4연승, 승점 20점을 확보한 인천은 선두를 노리고 있다.
인천의 변화는 미래의 희망에 있다. 과거가 아닌 현재 그리고 미래를 중시하는 일리야 페트코비치(64) 감독의 결단이다. 지난해 2군 MVP 출신의 강수일(22),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오른 유병수(21)가 새로운 신데렐라로 떠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
과거를 두려워하지 않는 팀에게 무서운 상대는 없다. 그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뿐이다. 단단한 수비에서 매서운 역습으로 나서는 인천은 올 시즌 단 한 차례 패했다. 페트코비치 감독은 "긴 호흡을 가지면서 눈앞에 상대에 집중한다면 무서울 것이 없다"며 "우리 팀에 좋은 선수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미래의 희망을 잡은 선수들도 두려운 것이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17일 성남전에서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던 유병수는 "내가 아니면 다른 선수가 해결해줄 것이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 팀 동료 챠디(27)가 결승골을 터트렸다. 날개를 활짝 핀 선수들은 붙잡아 두지 않고 보내는 전통도 선수들의 사기를 높인다. 이근호(24), 김치우(26)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천의 선수들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신발 끈을 고쳐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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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최강희-광주 이강조-인천 페트코비치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