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의 한 축이지만 위축돼 있다. 처지가 넉넉하지 못한 탓인지 주변의 눈에도 안쓰러워 보인다. 심지어 공정한 판정을 내려야할 심판진이 오심을 해도 그들은 심하게 닦달하지 못한다. 아직까지 메인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어렵게 시즌을 치르고 있는 히어로즈 이야기다. 히어로즈 선수단은 개막 첫 달인 4월은 선전했으나 5월 들어 급격하게 가라앉으며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요즘 보면 선수단 전체에 활력이 떨어져 보인다. 투타 전력이 약해 이기는 날보다 지는 날이 많아진 탓일 것이다. 불이익을 당해도 강하게 어필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히어로즈도 분명 한국 프로야구를 구성하고 있는 한 축이다. 히어로즈가 없으면 지금의 프로야구 인기도 보장할 수 없다. 히어로즈는 당당한 구성원으로 대우받아야 한다. 심판진의 오심이나 불합리한 조치에는 과감하게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런면에서 19일 대전구장의 오심은 짚고 넘어가야할 대목이다. 6회까지 2-2로 맞서다가 7회말 수비서 실책으로 한 점을 내주고 계속된 1사 만루의 위기에서 한화 김태완의 투수 앞 땅볼 타구를 홈-1루 더블 플레이로 연결하는 순간 문제가 생겼다. 홈에서 3루주자 윤재국을 포스 아웃시키고 타자주자 김태완을 아웃시키기 위해 포수 김동수가 1루에 송구했으나 볼이 안쪽으로 날아가면서 1루수 이숭용이 넘어지면서 캐치해냈다. 그 바람에 타자주자 김태완은 1루에서 세이프가 되고 그 사이 2루주자 강동우가 홈을 밟아 4-2로 점수차를 벌렸다. 순간 3루 덕아웃에 있던 김시진 감독이 뛰쳐나와 심판진에 강하게 어필했다. 타자주자 김태완이 1루를 향해 그라운드 안쪽으로 뛰는 바람에 송구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했다며 ‘김태완의 아웃’을 주장했다. 이에 심판진은 4심 합의를 했으나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김시진 감독은 다시 한 번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힘없이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이날 중계를 한 SBS 스포츠 케이블 TV 방송의 리플레이 장면에는 히어로즈측의 주장대로 김태완이 그라운드 안쪽으로 전력질주했다. 분명한 수비 방해였다. 김용희 해설위원은 “김태완의 주루 플레이가 잘 못 됐다. 아마시절부터 몸에 밴 습관이 나온 것 같다”며 김태완의 주루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비단 이번 뿐만이 아니다. 히어로즈는 지난 8일 문학 SK전서도 구심의 볼판정에 어필하던 4번 타자 브룸바가 퇴장 당했을 때도 그랬다. 구심의 바깥쪽 볼 판정에 불평하던 브룸바가 헛스윙 판정을 당한 후 심판에게 한마디를 하자 곧바로 퇴장명령이 떨어졌다. 심판진은 브룸바가 욕설을 해서 퇴장시켰다고 하고 브룸바는 “그 때는 욕설이 없었다. 퇴장 당한 후 덕아웃에서 했다”며 억울해 했다. 김시진 감독은 선수단을 철수하는 등 강경하게 어필했으나 한 번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브룸바가 심하게 욕설을 퍼부으며 대든 장면도 아니고 말로 따지는 장면에서 바로 떨어진 올 시즌 첫 퇴장 조치였다. 브룸바는 그후 벌금조치를 받았고 플레이가 현격하게 위축된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만약 히어로즈가 아니고 잘나가는 구단이었다면 심판들의 오심이나 강력 조치에 이처럼 힘없이 끌려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수단은 물론 구단에서 강력한 항의가 잇따랐을 것이다. 설령 몰수패를 당하는 한이 있어도 심판의 잘못된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하며 구단의 존재감을 보이려 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 시절 구단 고위관계자는 “한국 야구 관계자들과 팬들은 히어로즈 이장석 대표한테 감사해야 한다. 그가 지난 해 히어로즈를 운영하지 않았다면 지금 프로야구가 어떻게 됐겠는가. 한국야구 전체가 이 대표한테 감사패를 줘야 한다”며 히어로즈의 선전을 기원했다. 그야말로 ‘히어로즈 힘내기’에 야구계가 신경을 써야할 때에 히어로즈가 심판진의 오심으로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