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일영아, 만루홈런 한 개 쳤을 뿐이야"
OSEN 기자
발행 2009.05.20 20: 25

"살살 좀 쳐라". 20일 한화와 히어로즈가 맞붙은 대전구장. 1루측 불펜 부근에서 캐치볼을 끝낸 한화 3루수 이범호와 히어로즈 투수 마일영이 만났다. 둘은 81년생 동갑내기 친구. 이범호는 지난 2000년 2차 1순위(전체 8번)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고 마일영 역시 2000년 2차 1순위(전체 1번)으로 쌍방울에 지명됐다. 두 명 모두 촉망받는 기대주였고 지금은 없어서는 안될 어엿한 주축 선수로 나란히 자리 잡았다. 마일영은 이범호를 보자마자 대뜸 "좀 살살 쳐라"며 "맞으면 넘어가더라 무슨 힘이 그리 좋냐"며 치켜세웠다. 그러자 이범호는 마일영의 어깨를 툭 치며 "무슨 소리냐"면서 "작년에 너한테 안타 달랑 1개 쳤다. 올해도 2개 밖에 못쳤다"고 따졌다. 실제로 이범호는 작년 마일영을 상대로 10타수 1안타 3볼넷 2타점에 그쳤다. 올 시즌에는 5타수 2안타. 또 전날 이범호는 2회 첫 타석에서 선발로 나선 마일영을 상대로 우측 담장을 맞히는 2루타를 쳤다. 그런데 이어진 이범호의 말이 걸작이었다. "내가 잘치긴 뭘 잘치냐. 저번에 친 만루홈런 1개랑…" 이범호는 지난달 21일 시즌 첫 양팀 맞대결에서 1회 마일영을 상대로 5-0으로 달아나는 우월 그랜드슬램을 터뜨렸다. 결국 마일영은 시즌 2패째를 당했다. 그러자 순간 황당한 표정을 지은 마일영은 이범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홱하고 돌아서 버렸다. 더 이상 말해봐야 손해라는 뜻이었다. 이에 이범호는 괜히 미안한 듯 "일영아, 다치지 말고 잘하라"고 외쳤고 마일영도 "고맙다. 너도 잘하라"며 웃으며 화답했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