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곤이 아쉬워 하는 한국의 '라커룸 문화'
OSEN 기자
발행 2009.05.21 09: 28

운명의 일전을 앞둔 상황에서 라커룸에는 어떤 분위기가 이상적일까. 최소한 김호곤(58) 울산 현대 감독의 생각에는 시끌벅적한 라커룸이 낫다. 성적이 나쁠 때 정적인 축구 문화는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상황에 거꾸로 가는 분위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김호곤 감독 본인이 현역 시절 경험했던 문제이기도 하다. 무려 30여 년을 거슬러 올라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아시아 예선이 열리던 시절이다. 당시 한국은 태국, 말레이시아, 홍콩, 이스라엘 등을 물리치고 1차 예선을 통과했으나 호주의 벽을 넘지 못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두 차례의 무승부 끝에 제 3국인 홍콩에서 치러진 3차전에서 0-2로 패핫 탓이다. 잠시 눈을 감고 과거를 떠올리던 김호곤 감독은 "당시 호주는 넘기 어려운 상대였지만 못 이길 상대도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 자신에 있었다"며 "당시 두 차례의 무승부로 같은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졌다는 분위기였다면 호주는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승리를 챙겼다. 축구 문화의 차이다"고 설명했다. 운명의 장난이다. 비슷한 상황이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울산과 뉴캐슬 제츠(호주) 라커룸에서 지난 20일 연출됐다. 한 차례 승부의 결과에 따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가능한 상황에서 두 팀의 분위기가 확연히 달랐던 것. 조용한 울산의 라커룸과 달리 뉴캐슬은 축제 분위기였다. 김호곤 감독이 선수들의 사기를 이끌기 위해 일부러 알미르의 생일 파티를 라커룸에서 열었던 이유다. 나름의 자구책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한 번의 생일 파티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울산은 줄곧 공세를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뉴캐슬의 골문을 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 번의 역습에 고개를 숙여야했다. 김호곤 감독으로서는 과거의 아쉬움이 재현되는 순간이었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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