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 남아서 독기를 품은 덕분일까. FA, 보상선수, 트레이드 등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은 선수들이 친정팀을 만나 펄펄 날고 있다. 이적생들이 자신을 떠나보낸 친정팀을 향한 ‘복수혈전’에 프로야구가 흥미를 더하고 있다. 20일 프로야구에서는 올 시즌 이적 선수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잠실구장에서는 지난 해까지 두산 프랜차이즈 스타였다가 지난 겨울 FA 계약으로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 홍성흔이 맹타를 휘두르며 새로운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그동안 부상 등으로 부진해 새둥지 롯데에 미안해했던 홍성흔은 모처럼 친정팀 두산과의 이날 경기서 진가를 발휘했다. 홍성흔은 이날 5타수 4안타 2타점(2득점)의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한 경기 4안타는 올 시즌 처음이었고 4안타가 모두 타점, 득점과 연결되는 영양가 만점이었다. 시즌 타율도 0.247에서 하루 만에 0.279까지 치솟았다. 홍성흔의 맹타에 힘입어 롯데는 11-6으로 승리하며 최근 3연패에서 탈출했다. 홍성흔의 보상 선수로 졸지에 두산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내야수 이원석의 활약은 친정팀 롯데를 더 아프게 하고 있다. 이원석은 유독 롯데만 만나면 펄펄 날고 있다. 20일 경기서는 4타수 무안타로 부진했지만 이전 롯데전에서는 4할의 고타율에 홈런 3방을 터트리며 강한 면모를 보였다. 이원석은 롯데전에 특히 강한 이유에 대해 “롯데에서 오래 생활해 투수들의 구질을 잘 알고 있어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홍성흔과 이원석 보다도 더 친정팀을 울린 선수는 KIA 타이거즈 3루수 김상현이다. 김상현은 지난 달 19일 LG에서 KIA로 트레이드된 후 완전히 다른 선수로 탄생했다. 거포 유망주였으나 꽃을 피우지 못하다가 프로 데뷔팀이자 고향팀인 KIA로 돌아가자마자 만루홈런 3개 등 장타력을 맘껏 뽐내며 주전으로 자리를 굳혔다. 김상현은 19일과 20일 LG와의 경기에서도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19일에는 결승타 등 3안타를 날렸고 20일 경기서도 적시 2루타를 터트리며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LG는 내보낸 김상현 때문에 이틀연속 분루를 삼켜야 했다. 김상현은 현재 2할9푼5리의 타율에 6홈런 31타점으로 KIA 타선의 중심타자로 맹활약하고 있다. 이들외에도 지난 겨울 FA 계약을 맺고 LG에 새둥지를 튼 외야수 이진영과 3루수 정성훈도 친정팀 SK, 히어로즈전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쳐 친정팀들을 울리고 있다. 이들 이적생들의 활약에 친정팀 팬들과 구단은 속이 쓰리고 아프다. 반면 새로운 팀의 팬들과 구단은 ‘복덩어리’가 따로 없다. 친정팀만 만나면 더 펄펄 나는 이들의 친정팀을 향한 ‘복수혈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sun@osen.co.kr 김상현-홍성흔-이원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