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행보에 단비 같은 비가 내렸다. 9연패에서 탈출, 새로운 반전 기회를 노렸지만 눈에 띄는 성과가 나오지 않던 최하위 히어로즈가 22일 광주 KIA전에 어느덧 팀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는 이현승(26)을 내세워 분위기 쇄신을 꾀한다. 히어로즈는 최근 그야말로 최악의 경기내용을 보이고 있다. 절호의 득점 찬스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박빙의 승부에서는 맥 빠지는 실책성 수비가 한꺼번에 겹쳐 힘을 빼놓고 있다. 지난 19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세 차례나 만루 기회를 맞았지만 단 1점도 뽑지 못했다. 20일 역시 한화전에도 9회 이택근의 역전타가 나오기전까지 답답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21일 내린 비는 여러 면에서 히어로즈에게 플러스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현승이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다. 히어로즈는 21일 김성현을 임시선발로 발표했다. 김수경이 전력에서 빠졌고 5선발감이 마땅치 않는 중에 내세운 카드였다. 그만큼 승리 확률이 낮은 경기를 피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이현승은 올 시즌 히어로즈의 사실상 에이스다. 좌완 원투펀치로 기대감을 높였던 장원삼과 마일영이 부진 속에 허덕일 때 4승 3패 2.82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홀로 선전하고 있다. 최근 3경기에서 약간 침체된 느낌은 있다. 지난 6일 목동 KIA전에서 7이닝 2실점(1자책)에도 승패를 기록하지 못한 이현승은 12일 목동 두산전도 8이닝 3실점으로 호투해지만 패전을 기록했다. 17일 목동 LG전에서는 5⅓이닝 6실점으로 갑작스럽게 무너졌다. 하지만 그 때와는 다르게 확실한 지원군이 있다. 우선 타선이 오름세다. 집중력도 높아지고 있다. 5경기 연속 두자리수 안타를 만들고 있고 단타와 장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과부하가 걸린 중간투수들도 어깨를 하루 쉬었다. 그동안 선발이 일찍 무너졌기 때문에 쉴 시간이 없었다. 이현승이 최대한 에이스와 이닝이터로서의 노릇을 해준다면 중간투수들이 나머지는 충분히 막아내줄 수 있다. 작년 KIA전에도 선발 한 번 포함 5번 나가 1.59의 방어율을 기록해 상대적으로 자신감이 넘친다. 또 KIA 선발이 이대진이라는 점도 나쁘지 않다. 비록 지난 시즌 4번 맞대결에서 2승 1패 1.90의 방어율로 공략이 순조롭지 않았다. 하지만 이대진은 올 시즌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 단 한 경기에 나온 후 이번이 두 번째 등판일 정도로 썩 좋지는 않다. 여기에 상대 KIA는 LG와 5시간 58분짜리 '무박2일' 대혈투를 벌였다. 승리했다면 모르지만 패배나 다름없는 무승부를 기록했기에 썩 좋지 않다.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은 지난 20일 대전 한화전을 승리로 이끈 후 "선수들도 맡은 임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데 따른 잘못을 잘 알고 있다. 그런 만큼 차츰 좋아질 것이라 믿고 있다"며 "한 베이스라도 더 보내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이 잘못한 부분을 보완해나간다면 분명 하위권 탈출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해 재도약 의지를 다졌다. 히어로즈는 지난 21일 비로 경기가 취소되자 대전 한화 실내연습장에서 훈련을 마친 후 광주로 이동했다. letmeout@osen.co.kr 이현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