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원정 때는 김밥 한 줄만 먹고 뛸 때도 있었거든요". 과거 '연습생'이라는 수식어로 불리던 신고 선수. 이들의 가장 큰 꿈은 단 한 차례라도 1군 무대에 서보는 것이다. 손시헌(29), 김현수(21) 등 신고 선수 성공기를 써내려가고 있는 두산 베어스에 또 한 명의 신고 선수 유망주가 감격적인 1군 합류를 맛보았다. 주인공은 원광대 출신의 우완 잠수함 오현택(24)이다. 지난해 원광대를 졸업하고 두산에 계약금 없이 연봉 2000만원에 신고 선수로 입단한 오현택은 올 시즌 2군 북부리그서 13경기에 등판, 7세이브(리그 1위, 22일 현재) 1홀드 평균 자책점 3.38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8km 정도로 빠른 편은 아니지만 싱커, 슬라이더에 주무기인 커브를 곁들인 완급 조절 능력이 뛰어나다는 2군 관계자들의 평이었다. 김경문 감독 또한 오현택의 이야기를 꺼내자 "전날(21일) 1군 선수단에 일단 합류했다. 훈련을 같이 한 뒤 가능성이 보인다고 생각될 경우 내달 1일 정식 선수 등록이 가능할 때 엔트리에 올릴까 생각 중이다"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1군 엔트리에 잠수함 투수가 고창성(25)밖에 없는 만큼, 스타일이 다른 잠수함 투수를 1군 무대서 시험해보겠다는 뜻을 알 수 있었다. 경기 전 홍상삼(19)과 함께 불펜 피칭을 한 뒤 덕아웃에 들어 선 오현택은 "1군은 밥도 달라요. 기름진 음식이 가득한 게. 참 풍요롭네요"라며 웃어 보였다. 비록 1군에 정식 선수로 등록되지는 않았으나 1군 선수들과 훈련을 함께 한다는 자체가 기쁨이라는 그의 마음이 함박웃음 속에 묻어나왔다. "이천에서 2군 홈경기를 할 때는 괜찮았지만 2군 원정 경기를 하기 전에는 밥을 영양가 있게 먹은 편은 아니었거든요. 김밥 한 줄만 먹고 뛸 때도 있었는데 1군에 오니 일단 음식 자체가 기름지네요".(웃음) "어제 연락을 받고 1군 선수단에 합류했다"라고 밝힌 오현택은 "아직 등록이 안된, 신고 선수 신분이다. 그러나 불러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자신에게 가능성을 부여한 1군 코칭스태프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신고 선수가 정식 선수로 등록되기는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1년 여 간 척박한 2군 무대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활약을 1군 무대에 새겨넣겠다는 오현택의 꿈이 현실로 펼쳐질 것인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