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강재욱 객원기자]'코리안 특급' 박찬호(26.필라델피아)를 대신해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 좌완 영건 J.A햅(26)이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양키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서 6이닝 2실점 퀄리트 스타트를 기록하며 첫 선발등판서 호투를 펼쳤다. 강력한 양키스 타선을 맞이해서 햅은 6이닝 동안 75개의 경제적인 투구 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박찬호와는 대조적인 행보를 보였다. 박찬호는 불펜 강등 후 첫 등판인 지난 22일 신시내티전서 1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무려 25개(스트라이크 13개)의 투구 수를 기록하며 아직까지도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안타를 허용하지는 않았지만 2개의 볼넷을 내주는 등 투 스트라이크 이후의 승부서 전혀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직구의 구속은 선발등판 때보다는 향상된 모습을 보였지만 제구력 면에서는 전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스프링 캠프 때의 자신감과 구위는 사라진 채 지난 7번의 선발등판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 피칭을 하며 코칭스태프로 하여금 신뢰를 쌓기에는 역부족 이였다. 또한 지역 언론이 이미 시즌 전부터 노장 박찬호보다는 젊은 J.A 햅이나 카일 켄드릭을 5선발 투수로 낙점한 것은 팀의 미래로 봤을 때 당연한 수순이다. 따라서 박찬호는 매 경기 선발 등판 때마다 이런 심리적 불안감을 안고 마운드에 서야만 했다. 박찬호의 현시점은 새로운 과제를 안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3월 열렸던 WBC 불참 후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박찬호는 노모 히데오가 보유하고 있는 동양인 최다승(123승) 경신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 통산 118승을 기록 중인 박찬호는 앞으로 5승을 더할 경우 동양인 최다승과 타이를 이루게 되고 6승을 올리게 되면 경신을 하게 된다. 지난해 다저스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4승을 올렸던 박찬호는 25일까지 1승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수치상으로는 불펜서도 동양인 최다승 경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박찬호가 불펜서도 지난 선발등판 때와 마찬가지로 기복이 심한 피칭을 이어가게 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설 자리를 잃은 박찬호를 필라델피아 구단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미 지난해 필라델피아 불펜의 핵이었던 J.C 로메로가 지난 19일부터 마이너리그 더블A를 거쳐 트리플A서 재활훈련을 시작했다. 로메로는 현재 금지약물 복용에 따른 50경기 출장 정지 처분이 내려진 상태이기 때문에 오는 6월 4일 샌디에이고 전을 통해 메이저리그 복귀를 앞두고 마이너리그 피칭을 시작한 상태다. 로메로는 25일까지 마이너리그 4경기에 출장해 평균 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따라서 자칫 박찬호가 불펜에서 조차 부진할 경우 필라델피아 구단이 박찬호에 대한 미련을 접고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 선발과 불펜은 다르기 때문에 긴 이닝을 소화해야하는 선발투수 같은 경우 체력안배를 위해 투구스타일을 다르게 가져갈 수 있지만 짧은 이닝을 소화해야하는 불펜투수의 경우 1구1구에 혼신의 힘을 다해 던질 필요가 있다. 이미 박찬호는 지난 신시내티전서 94마일(151km)를 5번 기록할 정도로 구위는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박찬호의 앞으로 남은 과제는 불펜강등의 후유증을 하루 빨리 잊고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자신감을 되찾아야만 한다. 중요한 점은 박찬호 본인이 마운드에 섰을 때 얼마만큼 타자와의 승부에 집중하고 마인드 컨트롤 할 수 있느냐다. 산전수전 다 겪은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한 번 부활할 수 있을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