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 8월에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미술관 옆 동물원을 사랑했던 그녀, 심은하(37)가 은퇴를 선언한 지도 벌써 9년째다. 수없이, 또 뻔뻔하게 은퇴 번복이 계속되는 요즘 세상에서 심은하 만큼은 그레타 가르보가 그랬듯이 조용히 자신의 흔적을 지워버렸다. 그럼에도 연예계는 시시때때로 '제 2의 심은하'를 떠들고 '심은하 복귀'를 부르짖으며 언론은 '심은하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아 다닌다. 1990년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으로 누볐던 그녀가 바깥 세상과는 철저하게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관심은 식을 줄을 모른다. 1990년대 톱스타 여배우를 향한 신드롬이 2000년대에도 이어지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싸이더스 ihq의 장진욱 드라마본부장은 "심은하를 대신할만한 대형 여성 스타가 오랫동안 나오질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 마디로 이유를 설명했다. 심은하와 1971년생 동갑내기인 '친절한 금자씨' 이영애와 한 살 어린 고소영 등이 아직까지 CF퀸의 자리를 지키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했다. 2000년대 이후 원톱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이끌만한 10대와 20대 여성 스타를 찾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게 연예계 관계자들의 한숨이다. 전지현 송혜교 임수정 김태희 등 미녀 스타들이 계속 배출되기는 했지만 심은하 이영애의 파워에는 미치질 못하고 있다는 것. 그나마 전지현 등의 국내 활동도 뜸하기는 마찬가지다. 심은하가 단호하게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들의 러브콜이 끊이질 않는 이유도 그래서다. 결국은 어떤 경로로건 심은하에게 한 편의 시나리오가 전해지면 '심은하 복귀설'이 터져나왔고, 얼마후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는 해프닝이 반복되고 있다. 대중의 심은하를 향한 신비감도 그의 연예계 영향력을 길게 이어가는 한 부분이다. 젊은 나이로 정상을 밟자마자 자진해서 은퇴를 선언하고 이를 제대로 지킨 여성 톱스타는 그 유례를 찾기 힘들다. 연예계뿐 아니라 문화 사회 정치 등 사회 어느 분야를 통틀어도 그렇다. 정치에 입문한 심은하의 남편 지상욱씨는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 아내(심은하)는 더 이상 연예인이 아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주부로서 평범한 삶을 지내길 원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씨가 지난 대선 때 이회창 당시 대통령 후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심은하의 선거운동 지원설이 나온데 따른 것이다. 심은하와 은퇴 전 함께 일을 했던 한 연예계 인사는 "심은하는 연예계에 일찍 염증을 느꼈다. 맺고 자르는 게 분명한 성격이라 자기 입으로 은퇴를 말한 뒤로는 어떤 시나리오나 출연 요청이건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갖가지 잘못을 저질러 사죄 성명을 내고도 잠시후 은근슬쩍 복귀하는 연예인들로 인해 팬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요즘이다. 한 번 뱉은 자신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는 심은하의 곧은 심지는 이들과 비교돼 더욱 돋보일 수밖에 없다. 연기 활동은 등한시 하면서 CF 출연으로 돈벌이에 급급한 일부 여자 스타들과도 대비되는 부분이다. 심은하는 지금도 CF 출연 한 번에 억대 계약금을 챙길수 있고 이를 바라는 광고주들이 줄을 서 있다. 죽은 제갈량이 사마중달을 쫓는다는 삼국지의 일화처럼, 심은하는 은퇴후 8년 세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면서 후배 연기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셈이다. [OSEN 엔터테인먼트 부장]mcgwire@osen.co.kr SBS '한밤의 TV 연예'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