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는 정말 좋았어요. 배분을 잘못했던 제 잘못입니다". 지난 2008년 10월 17일 벌어졌던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2차전. 4-4로 맞서있던 연장 14회초 2사 1,2루 위기서 포스트 시즌 데뷔 무대를 치른 2년차 우완 투수는 결국 신명철(31. 삼성)에게 2타점 결승 2루타를 허용,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당시 젊은 우완과 호흡을 맞췄던 포수 최승환(31)은 "직구가 살아서 날아 들었다. 그래서 직구만 던져도 승산이 있어 보였다. 너무 우직한 리드를 펼쳤던 내 잘못이다"라며 유망주의 기를 북돋워 주려 노력했다. 최승환이 칭찬했던 유망주는 현재 두산의 뒷문을 책임지고 있는 이용찬(20)이다. 2007년 장충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1차 우선 지명(계약금 4억5000만원)으로 입단한 이용찬은 올 시즌 18경기(14⅔이닝)에 등판, 1패 11세이브(2위, 25일 현재) 평균 자책점 2.46을 기록 중이다. 프로 3년차, 그것도 사실상 올 시즌 처음으로 풀타임 시즌을 치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현재 활약은 굉장히 성공적으로 볼 수 있다. 지난 22일과 23일 SK와의 경기서 2연속 세이브를 올린 이용찬은 최고 153km에 달하는 빠른 직구를 바탕으로 한 공격적인 투구 스타일로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다. 보스턴의 마무리 조너선 파펠본(29)을 연상케 하는 파워피처로 스리쿼터 형 투구서 빠른 직구를 내뿜는다. 고교 시절 직구에 힘을 싣기 위해 오버스로서 팔을 다소 낮춘 이용찬은 공에 회전력을 더하며 빠른 공에 힘을 실었다. 김경문 감독은 시즌 초반부터 이용찬에 대해 "직구에 힘이 있는데다 배짱이 좋아 마무리로 안성맞춤이다. 예전 구자운(29. 현 삼성)보다 지금의 (이)용찬이가 더 낫다"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 흔한 아홉수 없이 곧바로 10세이브를 돌파한 뒤 11세이브까지 기록한 이용찬은 "숫자에 연연하지 않고 그저 등판 기회가 생겨 던졌을 뿐이다. 현 상황에서 몇 세이브를 기록했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라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뒤이어 그는 "블론 세이브 2번이 있기는 했지만 그에 대해 연연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다음 경기서도 또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마무리 투수다. 팀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안 좋은 경기는 떠올리지 않으려 한다"라며 의연함을 보여주었다. 다음은 이용찬과의 일문일답. -'아홉수' 없이 빠른 페이스로 11세이브까지 따냈다. 소감이 어떤가. ▲그냥 덤덤하다.(웃음) 아홉수라는 수치적인 데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지 않았다. 다만 10세이브(1이닝 1실점), 11세이브(1이닝 1피안타 무실점)서 경기 내용이 그다지 깔끔하지 않아 아쉬웠을 뿐이다. -스리쿼터 형 투구폼에서 빠른 공을 구사한다. 원래 고교 시절에는 정통파 투구폼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고교 2학년 때까지는 오버스로로 던졌다. 그러다 3학년 때부터 빠른 직구를 던지고자 팔의 각도를 내리는 대신 공에 회전력을 높여 구속을 증가시키는 데 주력했다. 그 때는 150km를 던져보는 것이 목표였던 만큼 새 투구폼에 적응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문학 구장서도 152km가 전광판에 새겨졌다. ▲원래 문학은 구속이 후한 편이잖아요.(웃음) 코칭스태프나 선배들이 직구가 좋다고 말씀하셔서 나 또한 내 직구를 믿고 과감하게 던지고자 노력한다. -시즌 전 등번호를 45번으로 한 데 대해 '45세이브 목표'라고 이야기했었다. ▲글쎄요. 아직 시즌이 많이 남은 만큼 지금은 그 수치에 너무 연연하지는 않고자 한다. -보직의 특성 상 블론 세이브 시 충격이 클 것 같다. 특히 지난 4월 10일 LG와의 경기서는 로베르토 페타지니에게 9회 끝내기 역전 만루포(5-8 패)를 내주고 패전 투수가 되었다. ▲난 팀의 마무리다. 2번의 실패를 겪었는데 안 좋은 경기에 매달리면 다음 경기를 준비하기가 어렵게 마련이다. 그만큼 안 좋은 기억은 빨리 잊고 다음 경기서 팀 승리를 지키는 데에 몰두하고자 한다. -현재 세이브 선두(12세이브) 오승환(27. 삼성)에 단 한 개 차이로 따라붙은 상황이다. 신인왕 타이틀만이 아니라 구원 타이틀에 대한 욕심도 슬슬 나올 것 같은데. ▲난 아직 '초짜'다. 그에 반해 (오)승환 선배는 이미 4시즌을 치른, 경험 많은 마무리 투수다. 시즌이 한창일 때 어떻게 체력을 관리하고 구위를 유지하며 여름을 보낼 지 여부가 중요하다. 난 한여름에 1군 무대서 던져본 적이 없지 않은가.(웃음) -'여름 나기'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부모님께서 따로 보양식을 준비해 주시는 것이 있는지. ▲아직은 없다. 워낙 가리는 음식 없이 잘 먹는 편이라 그저 지금처럼 잘 먹는 게 중요할 것 같다.(웃음)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