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테이너가 MC로 살아남는 법
OSEN 기자
발행 2009.05.26 08: 19

[손남원의 연예산책]연예인 같은 아나운서, 아나테이너들이 방송가의 고액 MC 구조조정을 틈타 또다시 예능 프로그램 속으로 몰려 들어가고 있다. 개그맨과 가수 출신 MC들에 눌려 한동안 뜸했던 일이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MC 정글 속에서 깔끔남, 온순녀가 대부분인 아나운서들이 과거의 전성기를 다시 열수 있을까. 최근 각 지상파 TV의 주요 예능 프로그램 MC는 개그맨 출신이 휩쓸고 있는 추세다. 여기에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는 가수들이 새로운 활동 무대로 예능 프로를 선택하면서 아나테이너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예능으로 진출한 개그맨의 강점은 단연 순발력과 지치지 않는 입담, 그리고 뻔뻔함이다. 틈만 나면 상대방의 말을 잘라가며 얼굴을 들이밀고 출연 분량을 늘리는 데 안간힘을 쓴다. 어떤 상황에서건 쉽게 망가지며 몸개그도 서슴지않는 스타일이 예능 프로 연출진들의 입맛을 잔뜩 돋우고 있다. 가수 출신이라고 모두 예능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 일부에 불과하지만, 여러 예능 프로의 말단 게스트를 거쳐가며 개그맨 식으로 훈련받고 선별된 가수 출신들의 활약은 가히 눈부실 정도다. 타고난 끼와 노래 실력을 바탕으로 늘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예능 프로그램에 싫증을 내던 시청자들에게 한여름철 빙수마냥 청량감까지 선사하고 있다. 대다수 아나테이너는 지난 수년동안 한 마디로 프리랜서 MC들과의 기싸움에서 눌렸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살아남아야 먹고 살수 있다는 이들의 절박한 싸움에 비해 각 방송국 소속의 정규직 아나운서들은 온실 속의 화초나 마찬가지 였던 셈. 또 프리를 선언했던 김성주 강수정 등 원조 아나테이너들이 자리를 못잡고 흔들리면서 예능 진출이 더 위축되고 있다. 어렵게 친정인 MBC로 복귀했던 김성주는 올해 초 '명랑 히어로' 등 지상파 TV 출연 프로들을 모두 내주고 케이블 방송에 전념하는 모습이다. 그 역시 '명랑 히어로' 초반에는 동료 출연자의 말을 잘라가며 따지고 면박까지 마구 안기는 아수라장(?)에서 고전했다가 겨우 자리를 잡았다. 김성주가 프리 선언전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아나운서가 예능오락 프로그램 MC로 활동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던 심정을 그대로 방증하는 대목이다. 개인기 하나에 자신의 연예 인생을 걸고 매일 매일 생존경쟁을 거듭하는 '무소속'(?) 개그맨들 속에서 아나운서는 먹잇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여자 아나테이너로 유명한 강수정(31)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경제야 놀자’ 후속으로 방송되는 ‘생활백과 고수가 왔다’ 등 일련의 출연작들이 일찍 막을 내리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메인 MC로서의 성장 가능성에 한계를 드러낸지 오래다. 역시 강수점의 문제점도 동료 MC와 게스트들 사이에서 눈에 확 띄는 활약을 펼치기에는 다소곳하고 얌전한 아나운서 체질이 몸에 배어있다는 사실이다. 그녀 역시 프리 선언 이후 오락과 예능 프로 쪽으로 집중하고 있는 강수정은 조금씩 아나테이너의 생존 방법을 온 몸으로 배우는 중이다. 김성주와 강수정의 뒤를 이어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낸 아나테이너 후보들은 많지만 지속적으로 그 행동 반경을 넓혀가지는 못했다. 결혼과 개인 사정 등을 이유로 방송계를 떠나거나 아나운서 자리로 돌아가는 등 이들의 느슨한 경쟁력을 확인시켰을 뿐이다. 그럼에도 방송국 입장에서는 예능 및 오락 프로그램의 진행자 부족과 치솟는 출연료를 이유로 아나테이너 육성에 힘을 쏟으며 간판 예능이나 교양 프로 MC로 전면배치에 나서는 중이다. 그렇다면 아나테이너의 살 길은 무엇일까? 방송가의 거친 생존 경쟁 속에서 강한 정신력과 도전 정신으로 무장하고 프로다운 직업 의식으로 한 길에 매진하는 '돌파력'이 필요할 때라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OSEN 엔터테인먼트 부장]mcgwir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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