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멘탈 게임'이라는 이야기를 깨닫게 해주었다. 지난 3월 한국의 준우승으로 막을 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서 변변한 기회를 잡지 못했던 좌완 장원삼(26. 히어로즈)과 우완 임태훈(21. 두산 베어스)이 최근 호투에 대한 이유를 묻자 '위기 의식'을 꼽았다. 26일 잠실 두산-히어로즈 전을 앞두고 만난 장원삼은 특유의 선한 웃음을 보이며 지난 23일 광주 KIA전서 6이닝 3피안타 3실점 퀄리티 스타트 피칭으로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따낸 데 대한 감회를 밝혔다. 그 전까지 3패 평균 자책점 6.27에 그쳤던 장원삼은 평균 자책점을 6.02로 다소 낮추는 동시에 뒤늦게 시즌 첫 승을 따내는 희열을 맛보았다. "1회부터 최희섭(30)한테 스리런을 허용하고 나니 '점수를 더 내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게다가 1선발로 시즌을 시작했는데 이 경기 마저 승리를 못 따내면 '올 시즌은 정말 망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006년 현대서 데뷔한 이후 묵직한 직구와 예리한 슬라이더로 3시즌 동안 33승을 올리며 선발진을 이끌던 장원삼은 시즌 초반 예전과 같은 직구 구위를 선보이지 못하며 팬들의 짙은 아쉬움을 샀다. 그러나 23일서는 1회 3실점 이후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며 KIA 타선의 예봉을 꺾었다. 특히 2회 팀이 6득점하며 전세를 뒤집자 장원삼은 6회까지 5이닝 동안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깔끔한 투구로 마수걸이 승리를 따냈다. 1선발로서 개인 성적이 팀 성적과 직결되는 위치에 있는 만큼 '더 이상 부진해서는 안된다'라는 위기감이 장원삼의 호투를 가져온 것과 같았다. 장원삼의 호투가 '사명감'에서 비롯되었다면 임태훈의 쾌투는 '생존권 찾기'가 그 이유였다. 임태훈은 최근 5경기서 4승 1패 평균 자책점 1.54를 기록했다. 본연의 직구 구위를 되찾으며 자신감 있는 투구를 뽐내기 시작한 그는 4월 한 달 간 1승 1홀드 평균 자책점 6.75로 부진했던 모습을 씻고 올 시즌 5승 1패 3홀드 평균 자책점 3.38을 기록하고 있다. "요새 구위가 굉장히 좋다"라는 칭찬에 "아유, 뭘요"라면서도 고개를 으쓱해 보인 임태훈은 "초반에 안 좋았던 데다 발목 부상까지 겹치는 바람에 팀에 도움이 못 되었잖아요"라며 현재 활약이 '만회' 차원임을 이야기했다. 뒤이어 그는 "요즘 고창성(25) 선배가 참 잘 던진다. 그에 반해 나는 계속 부진한 데다 부상까지 입고 덕아웃에서 지켜보다 보니 '이대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위기 의식 때문에 마운드서 더 힘을 낸 것 같다"라며 경쟁의 밝은 면에 대해 이야기했다. 결코 짧지 않은 침체기를 겪으며 수렁에서 허덕이던 장원삼과 임태훈. 스스로 제 위치를 찾기 시작한 두 주축 투수들의 어깨가 앞으로 어떤 날개짓을 선보일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장원삼-임태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