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마더' 김혜자 "배우는 나의 삶, 직업이 아니다"
OSEN 기자
발행 2009.05.27 07: 31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힘들어하는 배우 김혜자가 선뜻 영화 홍보를 위한 릴레이 인터뷰를 위해서 자리했다. 무엇보다 영화에 대한 믿음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고생한 감독 스태프 동료배우들과 한 뜻으로 영화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바람으로. ○ ‘마더’의 김혜자…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연기로 -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느낌은 ▲시나리오에서 ‘참 숨은 그림이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비극 같은 생각도 들었다. 남편에 대해서도 아무 언급이 없다. 골방에 들어가서 사진을 찢는 장면이 있는데 그 사진이 남편일 것이라는 암시가 있다.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너무 많은 생각을 했다. 부상이 추상으로 가는 것처럼 처음에는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나중에는 붓 하나를 ‘찍’ 하는 것처럼 연기는 심플하게 하려고 했다. 그 시간 동안 역할에 대해서 아들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아들에 대해서도 애매하게 표현된 점이 있다. ‘저 사람들은 모자 관계일까’ ‘모자 관계 이상일 수도 있나’ 등의 그런 것들이 안개처럼 표현돼 있다. 감독이 곳곳에 그런 것을 장치해놨다. 영화는 자기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볼 수 있다. -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은 ▲‘봉테일’이라는 말처럼 정말 디테일한 사람이다. 정말 하나도 그냥 지나치는 점이 없다. 소품 하나라도 놓치고 가는 게 없다. 많은 영화 감독들하고 일해보지 않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정말 정확하고 촉수가 이리저리 다 뻗쳤는데 산만하지 않고 정확하게 꽂히는 사람이다. 너무 놀랐다. ▲봉준호 감독을 존경한다. 그 사람이 나이로는 아들 뻘이지만 나이가 아무리 어려도 똑똑한 사람은 존경하다. 그 분은 천재적이고 정확한 사람이다. 자기 머릿속에 그림이 확실하게 서 있다. 우물쭈물한 부분이 없다. 그러니 존경할 수 밖에 없다. - 연기를 하다가 성에 안 차서 운 적도 있다고. ▲잘 표현이 안 될 때는 울었다. 촬영하면서 쉬라고 캠핑카가 있었는데 답답해서 캠핑카에 들어와서 울었다. ‘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 돼’라는 생각이 들어서 울었다. 내가 바보 같아서 울었다. 대본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라고만 돼 있는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드러내야 하는 게 힘들었다. 우는 것도 종류에 따라서 다르지만 눈물 없이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표현해야 해서 너무 어려웠다. 차에 가서 울었다. ▲그때 감독이 달래주러 들어왔다. 그런데 내가 ‘나가’라고 그랬다. 해줄 말이 있으면 문자로 해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문자로 했다. 원래 핸드폰도 없었는데 영화사에서 하도 답답해 해서 사줬다. 봉준호 감독이 문자 하는 것도 알려주고 핸드폰에 취미를 갖게 해주려고 많이 애를 써 줬다. 너무 감사했다. - 극중 엄마는 굉장히 동물적인 느낌이다. ▲엄마가 ‘우리 아들이 안 그랬거든요’라는 대사를 하는 것을 모니터로 봤는데 깜짝 놀랐다. 이건 ‘어미’였다. 짐승이 새끼를 낳았을 때, 낯선 사람이 들어가보면 ‘앙’하고 짓는 것처럼 그런 것과 똑같이 자기 새끼를 헤치는 것에 대한 반응은 짐승 같았다. 동물적인 모성인 것 같았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했던 영화였다. 하지만 육체는 피곤할 지 모르지만 정신은 맑아지고 새로워졌다. - 아들로 출연한 원빈과 함께 작업한 느낌은 ▲정말 원빈만 보면 가슴이 너무 아팠다. 이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도준이 너무 가슴 아픈 자식이었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배우가 캐스팅돼다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팠다. 도준의 친구라고는 동네 건달인 진태밖에 없고, ‘인간 말종’이라고 표현을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친구나마 있는 것이 고마운 엄마다. crystal@osen.co.kr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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