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인간' 김혜자, "혼자 있는 것이 제일 좋아"
OSEN 기자
발행 2009.05.27 07: 34

[인터뷰③] '인간' 김혜자, "혼자 있는 것이 제일 좋아" 배우 김혜자는 말하는데 있어서 스스럼이 없다. 그녀가 느끼는 바를 가감 없이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그런 순수함에 상대도 마음을 풀어 놓으며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죽음에 대해서 전혀 두려움이 없고, 나이든 어른들과의 대화는 너무나 머리 아픈 일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가장 편한, 꽃과 시를 사랑하는 인간 김혜자다. ○ 인간 김혜자…순수 - 작품을 안 할 때는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공상을 한다. 공상이 아니면 잔다. 깨어있으면 머리가 돌 것 같다. TV도 재미있는 것은 재미있는데 얻은 것도 하나도 없이 하루가 쓱 갈 때는 기분이 안 좋을 때가 있어서 TV도 잘 안 본다. 눈 뜨면 TV 켜는 버릇이 있는데 그건 좋지 않은 것 같다. - 본인의 성격은 ▲사람이 많은 데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혼자 있는 것이 제일 좋은 사람이다. 친구가 없으면 참 불행하다고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불행하다. 내가 혼자서 있는 것을 좋아하니 옆에 친구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전부다 나를 보호해주려고 하고 도와주려고 하는 것 보면 난 참 인복이 많구나 싶다. 나 밖에 모르고 내 안에만 갇혀서 사는데 그래도 사람들이 나를 보호해주려고 하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 집에서는 어떤 엄마인지 ▲자식들한테 폐가 되는 엄마이다. 정말 한심한 엄마이다. 가만히 앉아 있고 밥도 꼭 먹으라고 몇 번씩 말을 해야 먹는다. 배가 안 고픈 것을 어떻게 먹느냐 대표적인 엄마상이라고 하는데 그 것은 어폐가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허상이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에도 허상이 있다. 배우로서 어머니 역을 잘 해서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이 붙은 것뿐이다. 사실 국민엄마라는 말도 좋아하지 않는다. - 아이들을 위한 봉사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다. ▲애들은 모른다. 애들은 배고픈 거 아픈 거 그런 것만 안다. 그 아이들하고 있으면 내 머리가 복잡하지 않다. 배고프다고 하면 밥 주고 아프면 약 발라주고 하면 된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하고 있으면 그 사람 생각에 맞춰서 머리를 굴려야 하고 그런 것을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들 앞에 있으면 졸린다. 사람들 많은데 가면 너무 졸린다. 왜 그렇게 졸린 지 모르겠다. - 연기할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연기는 내 존재의 의미이다. 내가 연기를 안하고 안 보일 때는 죽었다고 보면 된다. 살아 있어도 내가 안 나오면 죽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는 반쪽의 나만 있다. 아이들 만나고 노는 것이 반쪽의 나의 삶이고 반쪽은 배우로서 삶이다. 그 외에는 죽어있다고 보면 된다. - 꽃을 너무 좋아한다고. ▲봄 땅에 소나무 밑에 수선화가 노랗게 피어있는 것 보면 눈물이 난다. 그늘 밑에서 시꺼먼 땅을 뚫고 나온 것을 보면 정말 애를 썼다 싶다. 또 쟈스민 한 송이가 피어서 문을 열면 자스민 냄새가 확 퍼지면 너무 행복하다. - 죽음이란 ▲어릴 때부터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오래 사는 게 너무 이상하다. 그런 말을 하면 우리 애들은 너무 질색을 한다. ‘엄마는 왜 맨날 그래’ 그렇게 말을 하지만 난 정말 사실이 그러니까. 김중만 선생님이 ‘영정 사진이 매년 바뀐다’고 하는 것은 선생님이 찍어준 사진이 잘 나올 때마다 ‘저걸로 영정사진 해야지’ 해서 그런 말이 나오는 것이다(웃음). 하지만 애들은 그런 말 너무 싫어한다. crystal@osen.co.kr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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