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투수가 경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선동렬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건네는 말이다. 선발 투수가 5회 이상 막아줘야 선 감독의 구상대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는 뜻. 그러나 삼성 선발진은 기대 이하에 가깝다. 2005, 2006년 삼성의 2년 연속 우승을 견인한 '토종 에이스' 배영수가 기대 만큼 구위가 올라오지 않고 지난해 선발로 전향한 뒤 데뷔 첫 10승 고지를 밟은 윤성환도 시즌 초반 3연승을 질주했으나 최근 부진한 모습을 드러냈다. 선 감독은 최근 "선발 투수가 무너지면 다른 선발 요원을 투입시킬 계획"이라며 "외국인 투수도 예외없이 상황에 따라 투입하겠다. 더 이상 떨어지면 안 된다. 이길 때 던질 투수는 있지만 뒤지는 상황에서 던질 투수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삼성은 지난 23일 대구 롯데전에서 선발 윤성환이 4⅔이닝 5피안타 4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흔들리자 좌완 차우찬(3⅓이닝 2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을 투입해 승리를 따냈다. 선 감독은 26일 청주 한화전에서 이날 경기에 앞서 "한화는 선발진이 부진하다고 하지만 연패를 끊을 수 있는 투수가 있다"고 푸념했다. 한화는 화끈한 공격력에 비해 선발진이 약한 편. 그러나 국내 최고의 좌완 투수 류현진이 확실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우리는 그럴만한 선발 투수가 없다. 배영수가 예전에 그런 역할을 맡았으나 제 구위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선 감독은 외국인 투수 루넬비스 에르난데스의 호투에 반색했다. 지난달 11일 광주 KIA전 도중 오른쪽 발목 부상을 입은 에르난데스는 21일 대구 SK전에 앞서 1군에 복귀한 바 있다. 삼성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에르난데스는 직구 최고 149km를 뿌리며 6이닝 7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2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했다. 올 시즌 2번째 승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다음 등판의 기대감을 높이는 활약이었다. 11회 연장 접전 끝에 3-2 승리를 거둔 선 감독은 "선발 에르난데스가 잘 던졌고 다른 투수들도 잘 막았다"고 마운드의 활약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선발진의 난조와 더불어 용병 잔혹사라고 부를 만큼 외국인 투수의 도움을 받지 못했던 선 감독은 이날 경기를 통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