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대회 8강에 진출해도 고민이고 탈락해도 고민이네요"(성남), "우리 전력에 컵대회까지 하자니..."(대전). 대전 시티즌과 성남 일화가 지난 27일 저녁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컵대회 A조 5차전에서 치열한 격전을 벌여 김진용과 한동원의 연속골로 성남이 2-0으로 승리, 8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성남 측은 8강 티켓을 따낸 것을 기뻐하기 보다는 꺼림칙하다는 분위기다. 일정상 오는 7월 26일 세비야와 피스컵 첫 경기에 전력을 다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컵대회 8강 1차전과 2차전이 7월 8일과 22일에 열리는 탓이다. 성남의 한 관계자는 "컵대회 8강에 진출해도 고민이고 탈락해도 고민이다"면서 "세비야와 피스컵 1차전이 7월 26일에 열린다. 나흘 전에 컵대회 8강 2차전을 치르고 스페인에 가서 제대로 된 경기를 치를 수 있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남이 컵대회 8강 진출권을 딴 이상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일 수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회장사일 뿐만 아니라 컵대회 이름이 바로 '피스컵코리아 2009'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어차피 예상했던 상황이지만 복잡하게 됐다. 경기 일정을 놓고 신태용 감독이 잘해결할 것으로 믿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날 패배로 컵대회 8강 진출에 실패한 대전 관계자도 그다지 실망하지는 않는 모양새라는 것. 대전 측은 "정규리그 성적이 워낙 안 좋으니 이 경기라도 이겼어야 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컵대회까지 욕심내기에는 우리 전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호 감독 또한 경기 전 인터뷰에서 "프로인 이상 경기에 전력을 다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 전력에 컵대회까지 하자니..."라고 말을 줄이며 복잡한 속내를 내비쳤다. 결국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도 거액의 상금도 없는 컵대회의 현실이 드러나는 일면이었던 셈이다. stylelomo@osen.co.kr 지난 5일 컵대회 성남-전남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