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볼만 하다”며 자신감을 보인 것처럼 첫 등판 때보다는 분명 좋았다. 하지만 더 배워야할 것이 있다는 과제를 확인한 한 판이기도 했다. LG 트윈스의 옥스프링 대체 용병으로 한국무대를 밟은 우완 투수 릭 바우어(32)가 2번째 선발 등판인 27일 롯데전서 5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팀이 5-6으로 패해 첫 패전이 됐지만 첫 등판(21일 KIA전)서 1.1이닝 7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질 때보다는 구위가 한층 나아진 면을 보였다. 최고구속 시속 148km의 빠른 직구와 140km가 넘는 고속 슬라이더가 쓸만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5이닝 동안 홈런 한 방 포함 7피안타 1볼넷 4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4회 가르시아에게 솔로 홈런을 제외한 나머지 실점은 과정이 좋지 않았다. 안줘도 될 점수를 내줬다. 1회 선취점을 내줄 때는 김주찬에게 2루 도루를 허용한 것이 아쉬웠고 5회 2실점 때는 포수 조인성과 호흡부족으로 무사 1, 2루 위기에서 폭투를 범한 것이 실점으로 연결됐다. 무엇보다도 이날 등판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를 드러냈다. 주자가 1루에 있을 경우 도루 저지에 문제가 있다. 큰 키(203cm) 탓인지 투구 동작이 커서 발빠른 1루 주자의 2루 도루를 막아내지 못했다. 이날 롯데 김주찬에게 2개, 박기혁에게 1개 등 3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도루를 의식해 1루 견제에 신경을 많이 썼지만 무위에 그쳤다. KIA와의 첫 등판에서 주자 견제와 퀵 모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노출된 탓인지 롯데 주자들은 2루 도루를 시도해 가볍게 성공했다. 포수 조인성이 2루 송구에 힘을 쏟았지만 바우어의 느린 투구 동작을 상쇄하지는 못했다. 견제 동작이 보통 투수에 1.5배 정도 느리고, 투구 폼도 한 템포 늦추는 동작이 있어 '느림보'다. 바우어의 한국무대 첫 등판을 지켜본 후 “가르칠 것이 많다”고 평했던 김재박 LG 감독에게 또 하나의 과제를 남긴 롯데전이었다. 다카하시 투수코치도 "종으로 떨어지는 변화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투구 동작은 안된다"며 우려하고 있다. 그나마 첫 등판 때보다는 안정된 투구를 펼친 것에 만족해야 했다. 선발진에 구멍이 생긴 LG로서는 다음 등판에서는 더 나아진 투구를 보여주기를 고대하고 있다. 바우어로선 한국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시무시한 ‘한국의 발야구’에 대비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퀵모션’을 제대로 구사하도록 힘쓰는 방법밖에 없다. 그래야 마운드에서 좀 더 편안하게 타자와의 싸움에만 집중하고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바우어가 다음 등판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