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훔치던' 두산의 '베이스' 도난 사건
OSEN 기자
발행 2009.05.28 21: 14

'도둑'이 제 집을 털린 기분은 어떨까. '발야구'를 팀 컬러로 앞세우며 다이아몬드를 누비던 두산 베어스가 한 이닝에 3도루를 허용하는 등 굴욕을 맛보았다. 두산은 28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히어로즈와의 경기서 0-4로 패하며 3연패를 당하고 말았다. 특히 두산은 1회초에서만 3개의 도루를 허용, 지난 시즌 팀 97개(공동 6위)로 느림보 팀에 가깝던 히어로즈에 4도루를 내주며 경기의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이는 선제 2실점의 빌미가 되어 더욱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날 두산은 김진수(30)를 선발 포수로 내세웠다. 김진수는 8회 1사 1,2루서도 발이 느린 편인 이숭용(38)에게 3루 도루를 허용하고 말았다. 히어로즈와의 3연전서 두산의 '도난 사고'는 처음이 아니었다. 27일 경기 5회초 2사 3루서 히어로즈의 '쌕쌕이' 정수성(31)은 상대 선발 김선우(32)가 1,2루에 주자가 없어 셋 포지션이 아닌 와인드업에 가까운 자세를 취한 틈을 타 홈으로 쇄도, 3-2 결승점을 뽑아냈다. 당시 두산의 안방마님은 용덕한(28)이었다. 사실 올 시즌 두산은 확실한 '금고'를 갖추고 베이스 훔치기에 나선 팀이었다. 채상병(30)과의 경쟁 끝에 주전 포수를 따낸 최승환(31)은 과감성을 바탕으로 송구 시 동작을 간결하게 하는 모습을 보이며 탁월한 도루 저지 능력을 보였다. 올 시즌 최승환의 도루 저지율은 5할7푼1리(16번 저지/28회 시도)로 8개 구단 주전 포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이었다. 알고도 당할 정도의 빠른 발을 자랑하는 이대형(26. LG)을 한 경기서 두 번이나 잡아낼 정도였으니 최승환의 도루 저지 능력은 대단했다. 그러나 지난 17일 삼성과의 더블헤더 1차전서 홈으로 쇄도 하던 강봉규(32)와 충돌, 4주 간의 치료를 요하는 부상을 입은 최승환의 이탈로 두산은 도루 저지 면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설상가상으로 다시 주전 포수 자리를 찾은 채상병까지 오른손 중지 부상으로 2군에 내려가자 두산은 제3,4의 포수인 김진수와 용덕한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그러나 이들은 도루 저지 면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한 포수들이다. 인사이드 워크 및 스트라이크 존 모서리 활용에 있어서는 여타 팀 주전 포수들에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췄으나 어깨가 결코 강한 편이 아니라는 것이 팀 내 평가다. 1회 3도루를 허용한 김진수는 7회 1사 후 송지만(36)이 중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1루서 기민한 동작을 보이자 강귀태(30) 타석서 2구 째를 완전히 바깥으로 나간 쪽에 주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용덕한 또한 지난 26일 경기 5회서 다소 큰 리드를 보이던 송지만을 1루에 묶기 위해 공 2개를 밖으로 뺐다. 현재 퇴원 후 육성군 숙소가 위치한 이천에서 재활에 힘쓰고 있는 최승환은 용덕한의 26일 경기 내용을 이야기하던 도중 "부담을 갖고 있다는 것이 상대에게 확실하게 노출된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라고 해도 너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투수도 불안해 진다"라며 좀 더 담대한 모습을 보이기를 바랐다. 최승환은 평소에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투수를 편안하게 하는 리드를 펼치는 포수다. 포수가 흔들리면 이는 배터리 호흡이 깨지는 것 뿐만 아니라 내야 수비, 센터 라인 수비까지 무너지게 마련이다. 결코 주전 포수들에 뒤지지 않는 존 세분 능력을 지닌 김진수와 용덕한이 히어로즈 3연전서의 '안 좋은 추억'을 기량 완성의 발판으로 마련할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farinelli@osen.co.kr 200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히어로즈의 경기가 28일 잠실야구장에서 벌어졌다. 1회초 히어로즈 3연속 도루를 허용한 김진수 포수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잠실=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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