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에 이기는 날도 있어야죠".
1할대와 2할대를 오가는 '꼴찌'의 반란이었다. 전날 딱 2할의 타율을 기록 중이던 강정호가 드디어 사고를 쳤다.
강정호는 29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홈경기에 유격수 겸 9번타자로 선발 출장, 3타수 1안타 1득점 2타점으로 팀의 7-5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2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강정호는 볼카운트 1-2에서 롯데 마무리 애킨스의 4구를 통타, 깨끗한 중전적시타를 터뜨렸다.
이 안타로 전날까지 2할 타율을 기록 중이던 강정호는 시즌 타율을 2할 3리로 살짝 올렸다.
강정호는 시즌 전부터 일찌감치 히어로즈 붙박이 유격수로 낙점받았다. 주전 자리를 미리 보장받은 유일한 선수였다. 그만큼 김시진 감독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시즌이 시작되자 타율이 곤두박질쳤다. 급기야 2할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25일 문학 SK전부터 1할대로 내려갔던 타율은 이후 2할대 초반과 1할대 후반을 계속 오갔다.
그럼에도 주전 유격수 자리는 변하지 않았다. 그런 신뢰가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강정호는 마지막 타석에 친 결승타에 대해 "가운데로 몰린 실투성 직구였다"면서 "그 전에 나 때문에 진 경기가 많아 이번에는 나 때문에 한 번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섰다"고 웃었다.
이어 "시즌 초반에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많았다"면서도 "이제는 더 이상 내려갈 데가 없는 만큼 부담 떨치고 수비에만 열중하려고 노력했다.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 지금처럼 하면서 2할5푼을 목표로 하고 감독님 말씀대로 수비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이다"고 강조했다.
2회 박기혁의 타구를 입단 동기 3루수 황재균과 서로 잡을려다 놓친 장면에 대해서는 "서로 잡으려고 했는데 황재균이 라이트에 가려 공을 놓쳤다"고 설명한 뒤 "같이 잘하면 좋을텐데 내가 잘하면 재균이가 못하고 내가 못하면 재균이 잘한다. 그런데 같이 잘하는 이런 게임은 꼭 이긴다"고 설명했다.
강정호는 자신의 수비에 대해 "어이없는 실수가 많다. 쉬운 타구를 쉽게 생각해 방심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돌아보기도 했다.
최근 팀 분위기에 대해서는 "고참 형들이 열심히 뛰어주니까 안에 있는 사람들이 따라가는 것 같다"면서 "초반이라 아직 잘 모르겠지만 지금처럼만 하면 4위 안에도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은 "틈만 나면 강정호를 불러 '너는 감독의 인내심을 언제까지 시험할 셈이냐'며 애교섞인 호통도 쳐봤는데 이제서야 기다린 보람이 있다"면서 "4연승했지만 아직도 배고프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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