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기분과 다를 바 없다. '필승카드' 권혁(26, 삼성)과 정대현(31, SK)이 지난 29일 대구 경기에서 나란히 고개를 떨궜다. 운좋게 패전의 멍에는 피했으나 '전범'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28일까지 홀드 부문 선두(13개)를 질주 중인 권혁은 3-0으로 앞선 7회 이호준의 중견수 키를 넘기는 2루타, 최정의 볼넷으로 만든 2사 1,2루에서 선발 윤성환을 구원 등판했다. 삼성 벤치는 '필승 계투조' 권혁이 위기 상황을 잘 막아낼 것이라 믿었으나 제대로 발등을 찍혔다. 권혁은 박정환 타석 때 대타로 나선 윤상균과의 대결에서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타석에는 이날 2타수 무안타에 그친 정상호. 권혁은 정상호와의 승부에서 142km 짜리 초구 직구를 던졌으나 좌측 펜스를 넘기는 만루 홈런(비거리 115m)을 얻어 맞았다. 믿었던 권혁의 실투로 선발 윤성환의 시즌 4승은 한 순간에 무산되고 말았다. 이어 나주환과의 대결에서 우중간 안타를 맞은 뒤 김강민을 우익수 뜬 공으로 유도하며 가까스로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8회 신명철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5-4 역전승을 거둬 비난의 화살은 피했지만 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떠안았다. 오승환(27, 삼성)과 더불어 국내 최고의 소방수로 손꼽히는 정대현도 4-4로 팽팽하게 맞선 8회 1사 1,2루에서 첫 타자 현재윤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웠으나 조동찬 타석 때 대타로 나선 채태인과의 대결에서 볼넷을 허용해 2사 만루 위기에 내몰렸다. 이어 신명철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줘 5-4 역전을 허용했다. 비룡 군단이 자랑하는 최고의 소방수 정대현이 무너지는 바람에 사기가 저하된 SK는 9회초 공격에서도 오승환의 완벽투에 제압돼 고개를 떨궜다. what@osen.co.kr 권혁-정대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