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릇파릇한 아이돌도, 화려한 골드미스나 골드미스터도 아니다. 요즘 안방 시청자들을 휘어잡고 있는 이들은 잠시 잊혀졌던 90년대 톱스타들이다. 1994년 SBS 4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남주는 세련된 도시적 이미지로 90년대 안방극장의 아이콘이었다. SBS '도시남녀', '모델', MBC '그 여자네 집' 등의 드라마를 통해 유행을 이끌었고 트렌드를 선도했다. 그러던 중 2005년 배우 김승우와 전격 결혼해 세간을 놀라게 하더니 이후 아이 둘을 낳으며 연예계와는 동떨어져 지냈다. 스스로도 말하듯 주부 본업에 충실했던 김남주는 그렇게 대중에게 조금씩 잊혀져 가는 듯 했다. 김남주만의 전유품 같았던 도시적 이미지의 여배우들도 많아졌고, 아무래도 '아줌마'가 된 도시풍 여배우는 어딘지 부조화를 예상케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9년 MBC '내조의 여왕'을 통해 김남주가 이뤄낸 성과는 파괴적이다. 드라마 자체도 탄탄했지만, 90년대 인기를 얻었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으로 안방극장에 나타나 아줌마 파워를 보여줘 뜨거운 호응을 받은 것이다. 같았던 것은 90년대처럼 여전히 패션의 유행을 선도했다는 것이다. 개그맨 김국진은 1991년 제1회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후 90년대 가장 사랑받은 개그맨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보세요', '밤새지 말란 말이야~' 등 많은 유행어를 히트시켰고, 마른 몸이지만 강단있는 이미지, 순수한 듯 엉뚱한 말투로 큰 인기를 끌었다. 많은 예능 프로그램과 CF에 등장했고, 드라마에도 진출했고, 그의 이름을 딴 제과도 출시됐다. MBC에서 조사한 20세기를 빛낸 코미디언 1위로 선정될 정도였다. 하지만 한 번의 이혼을 겪고 골프로 외도하면서 그의 커리어 역시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잊혀진 개그맨이 됐던 김국진은 하지만 5년만에 방송에 복귀한 후 조금 긴 적응기를 거쳐, 현재 또 다시 '저씨파워'를 이끄는 개그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가 재기에 성공한 이유는 MBC '황금어장-라디오 스타'에서 보여주는 모습처럼 과거의 이미지와 영광에 연연해 하지 않고, 사생활 관련 독한 개그도 묵묵히 받아들이는 '받쳐주는' 개그를 통해서였다. 조바심에 앞으로 나아가기 보다는 꿋꿋히 뒤를 지켰다. 그러면서 서서히 예능감을 다시 찾았고, 현재 KBS 2TV '남자의 자격'에서는 받쳐주면서도 살짝 살짝 상대방을 눌러주는 또 다른 이미지로 어필하고 있다. 1989년 제33회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선으로 입상하며 연예계 데뷔한 후 금세 안방 극장의 청순미인 자리를 꿰찬 고현정은 가장 드라마틱한 복귀스타다. 1995년 방송된 SBS '모래시계'는 청순미인을 넘어 연기력 갖춘 진지한 배우로 그녀를 이끌었다. 하지만 그해 톱스타에서 재벌가의 며느리로 변신해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고현정은 연예계에서 완전히 등을 돌렸다. 그렇게 이른바 '신비주의 연예인'으로 남을 것 같았던 고현정은 결혼 8년 6개월여 만에 이혼한 후 안방에 컴백했다. 더이상 화려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녀의 컴백 성과는 하지만 한방에 터지기 보다는 조금씩 진화를 거치고 있다. 복귀작이었던 SBS '봄날'은 기존의 여성적 이미지를 이어간 듯 보였지만, 곧 MBC '여우야 뭐하니', MBC '히트', 영화 '해변의 연인' 등을 통해 털털녀, 내숭녀 등으로 전에 해보지 못한 역할들을 경험하더니 2009년 MBC '선덕여왕'을 통해 가장 도발적인 변신을 꾀했다. 목표를 위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남성성과 팜므파탈 요부적 느낌이 혼합된 악역 미실로 시청자들을 만나는 것이다. 김남주는 아줌마, 김국진은 받쳐주기 개그, 고현정은 탈 신비주의가 복귀 카드였다. 이것들은 90년대 그들이 가졌던 이미지와는 정 반대되는 성격이다. 김남주는 털털하고 유쾌한 30대 여자주인공이 인기를 얻고 아줌마 파워가 강해진 TV 트렌드와 맞물렸고, 김국진은 예능계 '독설가와 피해자' 법칙에서 피해자 쪽에 서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었다. 고현정은 껍질을 벗고 친근함으로, 그리고 '선덕여왕'에서는 선한 주인공이 아닌 악역 2인자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이렇게 이전과 180도 다른 모습으로 안방을 공략에 나선 90년대 톱스타들의 행보가 '화려한 귀환'이란 수식어에 의미를 더하고 있다. ny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