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탄탄한 연기력을 브라운관에서 뽐냈던 여배우들이 충무로를 장악하고 있다. 수 십 년간 다져진 안정된 연기력을 기본으로 그 동안 TV에서 보여주지 않았던 파격적인 변신으로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그녀들이 있어 영화가 더 재미있어지고 탄탄해지고 있다. ‘마더’ 김혜자 현재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는 여배우는 단연 봉준호 감독의 신작 ‘마더’에서 엄마 혜자 역을 맡은 김혜자이다. 봉준호 감독은 오랜 구애 끝에 김혜자를 캐스팅하게 됐고 그녀만을 위한 맞춤 시나리오를 써서 그녀와 함께 영화를 완성했다. 봉준호 감독은 “김혜자 선생님이 처음에 작업을 하게 됐을 때, 자신에게 주문을 많이 하고 끝까지 밀어붙여 달라고 했다. 본인이 그 동안 해 왔던 것을 비슷하게 하면 의미가 없다고 했고 새롭게 표현하고 싶어했다”고 밝혔다. 김혜자는 ‘마더’에서 아들을 향한 모성을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억울하게 살인의 누명을 쓰게 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온 마을을 헤집고 다니며 광기를 발산했다. 김혜자의 눈빛은 수만 가지의 감정을 담고 있다. 웃고 있으면서도 고통스러워하는 듯한, 집념으로 끓어오르면서도 해탈의 경지의 무엇을 표현하며 평단이나 대중이나 김혜자의 연기에는 이견이 없다. ‘박쥐’ 김해숙 김해숙은 영화에서 연이은 변신을 계속했다. 지난해 1월에 개봉한 영화 ‘무방비도시’에서 경찰 아들을 둔 소매치기 전과범 강만옥을 연기하며 살벌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더니, 4월에는 영화 ‘경축! 우리 사랑’에서 딸의 옛 남자친구를 사랑하는 하숙집 아줌마 봉순씨로 귀여운 매력을 드러냈다. 올해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서 온몸을 쓸 수 없어 누워만 있어야 하는 태주(김옥빈 분)의 시어머니 라 여사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뱀파이어가 돼 날뛰는 며느리와 아들의 친구인 뱀파이어 신부를 보면서 오직 눈빛으로만 공포와 분노, 그리고 무심함과 처절함을 표현했다. 김해숙은 “촬영을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충격으로 쓰러진 후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고 눈빛만으로 모든 것을 밝혀내야 하는 연기였다. 그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오감도’ 배종옥 도도했고(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당찼던(드라마 ‘천하일색 박정금’) 배우 배종옥이 섹시하게 돌아온다. 배종옥은 오는 7월 개봉할 예정인 영화 ‘오감도’에서 여배우로 등장해 김민선과 동성애와 같은 러브신을 선보인다. 배종옥은 ‘오감도’ 속 영화의 장면에서 진한 베드신을 연출하며 이제껏 드러내지 않았던 도발적이고 섹시한 매력을 과감하게 뿜어낼 예정이다. 유영식 감독이 연출하는 에피소드에 출연한 배종옥과 김민선은 극중에서도 여배우 역을 맡았다. 배종옥은 카리스마 강한 톱스타급 배우로, 김민선은 순수한 신인 여배우 역으로 출연했다. ‘거북이 달린다’ 견미리 드라마 ‘대장금’ ‘사랑공감’ ‘주몽’ ‘이산’ 등 다수의 작품을 통해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견미리는 20년 만에 영화에 도전했다. 견미리는 6월 11일 개봉하는 영화 ‘거북이 달린다’에서 시골 형사 조필성(김윤석 분)의 아내 역을 맡았다. 극중 조필성의 5살 연상 부인으로, 아무것도 없는 살림에 돈을 가져갔다 하면 도로 가져다 놓는 법을 모르는 남편을 만나 남은 것은 악과 깡밖에 없는 아내 역을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소화했다. ‘양말 바로 펴기’를 부업으로 하면서 남편에게 “돈 내놔! 돈!”하며 억척을 부리는 모습이 폭소를 자아내면서도 고달픈 주부의 모습도 가슴 찡하게 보여 준다. 견미리는 “20년 전에 딱 한번 영화를 찍고 그 이후에는 한 번도 안 했다”며 “감히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것에 엄두를 못 냈다. 하지만 김윤석이 상대역으로 나온다고 해서 시나리오만 보고 싶었다. 남편(김윤석 분)이 마음에 들어서 영화를 하고 싶었고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서 하게 됐다”고 밝혔다. crystal@osen.co.kr 김혜자-김해숙-견미리-배종옥(왼쪽부터 시계방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