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두자리수 홈런' 박정권, SK 뉴 승부사 등록
OSEN 기자
발행 2009.06.04 08: 49

'더 이상 6월의 악몽은 없다'. SK 박정권(28)이 중요한 고비마다 한 방씩 터뜨리는 팀의 새로운 승부사로 떠올랐다. 박정권은 3일 문학 롯데전에서 0-1로 뒤진 4회 동점 솔로아치를 그렸다. 전 타석에서 펜스를 강타한 2루타와 비슷한 방향으로 날아간 타구가 이번에는 담장을 넘어갔다. 박정권의 시즌 10호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SK는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고 박정권 개인적으로는 기념비적인 프로 데뷔 첫 한 시즌 두자리수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다. 팀내에서도 4번타자 이호준(9개)을 제치고 홈런 선두로 나섰다. 전주고-동국대를 나온 박정권은 사실상 올 시즌이 첫 풀타임 출장이다. 지난 2000년 지명돼 대학 졸업 후 2004년 입단했다. 그러나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상무에 입단했고 2007년 다시 프로 무대를 밟았다. 대타요원으로 간간히 출장하던 박정권은 작년부터 김성근 감독에 의해 본격적으로 중용되기 시작했다. 그 해 6월에는 아예 1루수로 자리를 잡았다. 1할대를 맴돌던 타율은 2할6푼까지 급상승했고 모든 것이 순조로왔다. 그러나 6월 27일 문학 한화전에서 당시 한화에서 뛰던 덕 클락과 충돌, 왼 정강이뼈 골절로 시즌을 접어야 했다. 당시를 떠올린 박정권은 "한창 잘 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스스로도 만족하며 자리를 잡아가던 때였다"고 아쉬워했다. 그야말로 단내나는 재활과정을 겪었다. 올 1월 출발 예정이던 스프링캠프에 차질없이 합류하기 위해 쉬지 않고 문학구장을 드나들었다. 스프링캠프에서는 LG로 떠난 이진영의 공백까지 메워야 했기에 우익수와 1루수를 겸해야 했다. 김성근 감독도 개인적으로 "야수들 중에는 박정권에게 가장 미안하면서도 고맙다"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료들도 인정하고 있다. 투수 송은범은 "정권이형은 옆에서 보기 안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운동했다. 작년 12월에도 경기장에 나와 한 번도 쉬지 않았다. 캠프 때도 누구보다 묵묵하게 훈련해 그 댓가를 받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항상 든든하게 수비해줘 고맙다"고 말했다. 그 묵묵함이 올 시즌 초반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시즌 중반도 가기 전에 벌써 작년까지 통산 기록한 7개의 홈런(2007년 4개, 2008년 3개)을 훌쩍 뛰어넘어 10홈런을 때려냈다. 박정권은 프로 데뷔 첫 두자리수 홈런에 대해 "큰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고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10개의 홈런 중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승부의 향방을 가른 결승타로 연결된 것이 절반인 5개나 됐다. 선제포도 있었고 비록 재역전이 됐지만 역전포도 있었다. 이에 "올해 6월에는 작년처럼 멈춤 없이 쭉 이어가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낸 박정권은 "감독님께서 중심타자로 자주 내보내주셔서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그래서 더욱 집중하게 돼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 요즘 볼이 잘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이날 7회에는 4번타자 이호준이 뒤에 버티고 있는데도 고의4구로 걸어나갔다. 또 "잘될 때를 생각하며 경기 전 마인드 컨트롤을 자주 한다. 부담을 느끼기보다 마음을 비우고 치려다 보니 여유가 생기고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6개월차 새신랑다운 발언도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동갑내기 김은미 씨와 결혼한 박정권은 "집사람의 내조가 절대적이다. 나를 위해 생활해줘서 항상 고맙다. 하고 싶은 것도 많을 텐데 모든 생활 패턴을 내게 맞춰주고 있다. 미안할 따름이다. 올해 좋아진 것도 역시 집사람의 영향 아니겠는가"라며 활짝 웃었다. SK의 새로운 승부사로 등록한 박정권의 올 시즌 후 성적표가 벌써부터 기대를 모은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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