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아프긴 해요. 무릎을 구부리기가 힘들 정도로". 팀이 어려운 만큼 쉬이 결장을 택할 수 없는 그의 모습은 주축 선수의 정의를 새겨 주었다. '다이아몬드의 구준표' 이범호(28. 한화 이글스)가 중요한 순간 결정력을 발휘하며 팀의 하위권 탈출을 위해 스파이크 끈을 동여매고 있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서 미-일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는 맹활약으로 한국의 준우승 주역이 되었던 이범호는 올 시즌 2할6푼8리 12홈런 48타점(3일 현재)을 기록하며 여전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그는 지난 2일 잠실 LG 전서 3회 좌측 단장을 직격하는 2타점 결승타를 작렬한 데 이어 3일 경기서도 7회 중월 쐐기 투런으로 팀의 11-10 승리에 기여했다. 안타는 각각 1안타 씩에 그쳤으나 필요한 순간 '꽃망울'을 터뜨린 그의 활약은 분명 값졌다. 지난 5월 3일 군산 KIA전서 1루 귀루 도중 최희섭(30)과 충돌하며 왼 무릎 부상을 당했던 이범호는 아직도 부상 여파가 남아있다면서 무릎을 굽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대한 무릎을 굽힌 것이 그저 기마 자세에 그쳤을 정도로 힘든 모습이 역력했다. "아직 통증이 남아 있긴 해요. 타격할 때 스탠스를 잡는 데는 별 문제가 없지만 아직 무릎이 아프기는 합니다"라고 답한 이범호의 모습에는 팀이 어려운 상황서 중심 타선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타났다. 왜 그가 중심 선수인지 알 수 있던 장면이었다. 이범호의 타율은 높은 편이 아니지만 득점권서 그의 타격 성적은 3할2리(43타수 13안타) 6홈런 31타점에 달한다. 클러치 능력이 여전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함께 다이너 마이트 타선을 구축하던 김태균(27)이 불의의 후두부 통증으로 1군 엔트리서 제외된 상황서도 한화 타선의 힘을 허투루 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범호의 존재다. 그러나 이범호는 "제가 뭐 잘하는 건가요. 안타도 많이 치는 게 아닌데"라며 겸손한 모습으로 손사래를 쳤다. 부상 여파에도 그라운드에 나서며 팀의 도약을 위해 힘쓰는, 마음씨가 더욱 아름다운 그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 취득이 걸린 올 시즌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