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男 배구선수들, FA 관련 집단 행동 '고려'
OSEN 기자
발행 2009.06.04 16: 33

남자배구 선수들이 단단히 뿔났다. 프리에이전트(FA) 제도의 도입을 놓고 구단들의 횡포에 지친 선수들은 집단 행동까지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지금까지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던 선수들이 변한 이유는 무엇일까. 프로배구 발전을 염원하는 선수들의 모임(선수모임)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석진욱(33, 삼성화재)은 4일 "겉으로는 FA를 도입하겠다고 말하면서 뒤로는 사실상 FA의 도입을 막는 구단들의 태도에 질렸다"고 말했다. 이어 석진욱은 각 구단 사무국장들이 참가한 실무위원회에서 결정된 FA 합의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FA 취득 조건을 충족시키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취득 연한부터 쉽지 않다. 합의안에 따르면 2005년 프로배구 출범 이후 입단한 선수들은 6시즌을 뛰면 FA 자격을 갖는다. 반면 그 이전에 입단한 선수들은 프로에서 7시즌을 소화해야 FA가 된다. 병역의무를 고려하면 FA를 취득하는 시기는 서른 살 이후나 가능하다. 이미 대부분의 선수는 은퇴하는 시기다. 또한 고교 졸업 후 대학을 거치지 않고 프로에 입문한 선수는 11시즌을 뛰어야 FA가 되는 것도 문제다. 사실상 박철우(24, 현대캐피탈)를 겨냥한 처사다. 여기에 보상 규정도 FA를 유명무실화시키고 있다. 전년도 연봉의 100~500%와 보호선수 4명을 제외한 선수 1명 또는 연봉의 200~600%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에서 과연 FA 선수를 영입하는 구단이 있을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선수들이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이 더욱 이상한 노릇이다. 선수모임 측은 지난 3일 대표자들이 모여 해결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수모임을 지원하고 있는 박진식 변호사는 "FA 도입을 놓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격앙된 선수들이 훈련 거부까지 거론했지만 선수의 본분은 지키자는 뜻에서 이사회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나 이사회에서도 무리한 조건에 변화가 없다면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볼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배구연맹 측은 각 구단의 일정을 조정해 다음 주 이사회를 열고 FA 도입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를 나눌 예정이다. stylelom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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