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스타작가의 '정공법' 안통한다?
OSEN 기자
발행 2009.06.04 17: 12

2009년 상반기 드라마 판도를 돌아보면 '자극성'이 환영받고, '정공법'은 기피됐던 상황을 볼 수 있다. 특히 의외의 실패작이 눈에 띄는데, 대표적인 작품이 노희경 작가의 KBS 2TV '그들이 사는 세상', 송지나 작가의 KBS 2TV '남자이야기'다. 노희경, 송지나는 손에 꼽히는 한국 드라마 작가들. 이들은 어떤 기교도 부리지 않고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정면으로 그들만의 '정공법' 집필을 통해 시청자들을 만났다. 하지만 이는 냉정한 시청률 부진으로 이어졌다. 두 작품 모두 작품성 면에서는 환호를 받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는 못한 것이 그 이유였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방송국을 배경으로 인생과 사랑에 대한 철학적인 감성이 잔잔히 녹아난 수작이었지만, 노희경 작가의 시선으로 투영된 등장 인물들에 갑갑함을 느끼고 매회 에피소드로 진행되는 미드 스타일이 어색하다는 평도 있었다. '남자이야기'는 파장을 일으킨 이슈를 소재로 사회 반영적인 진지한 드라마를 보여줬지만 사이코 패스, 텐프로, 사채업자 등 어두운 인물들과 배경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삶과 일, 사랑에 대한 진지한 주제, 그리고 그것을 자신만의 색채로 진지하게 풀어낸 작품들의 실패에는 보다 큰 자극과 빠른 회전을 원하고, 급속도로 바뀌는 대중의 트렌드도 한 이유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정공법의 실패와는 반대로 '자극적'이라고 불릴 만큼 새로운 시도를 한 작품들은 어느 정도 모두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극작에서의 전개 속도에 새 바람을 일으킨 복수극 SBS '아내의 유혹', 한일 정서의 차이를 깨고 판타지 청춘물로 등장한 KBS 2TV '꽃보다 남자'는 예상을 뛰어넘는 대성공을 거뒀다. 불륜, 복수, 폭행, 왕따 등 자극적인 소재와 전개로 막장이란 오명이 뒤따르기도 했지만, 이 드라마들의 일정 부분 한국 드라마의 또 다른 새로운 영역을 보여줬다는 데에는 의미가 있다. MBC '내조의 여왕'은 정공법과 대중의 입맛을 적절히 이용한 기교 넘치는 드라마였다. 가족의 화합이란 큰 주제 속에 재벌 남성에게 구애받는 아줌마란 판타지를 집어 넣고, 자신을 괴롭혔던 여고 동창에 대한 복수극 속에 애틋한 우정도 살짝 가미하며 진부함을 피했다. 정공법 보다는 자극적 재미를 이용한 드라마들이 더욱 사랑을 받은 이유는 경기 한파의 이유로 대중이 진지한 작품보다는 보다 가볍고 유쾌한 드라마를 원한다는 것도 큰 이유다. 하지만 그 속에는 획일화된 스타 작가와 톱스타 주인공이 더 이상 드라마의 실효성을 높여주지 못한다는 사실도 보여주고 있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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