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 이범수, 또 블록버스터를 잡을까
OSEN 기자
발행 2009.06.05 10: 24

[손남원의 영화산책] 2008년 여름 최고의 알짜 흥행작으로는 공포영화 '고사'가 손꼽힌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의 맹폭이 계속됐던 그해 여름 극장가에서 단 한 편의 저예산 공포물 '고사'는 개봉 이틀만에 20만명 관객을 돌파하며 신바람을 냈다. 백수십억원을 쏟아부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700만명 보다 10억원 안팎의 순제작비로 만든 '고사'의 150만명 스코어는 제작사에게 황금알을 안겼다. 또 '놈놈놈'과 함께 전세계를 휩쓴 히스 레저의 유작 '다크나이트'가 쌍끌이 위세를 떨치는 속에서 공포영화 틈새 시장을 장악한 것도 '고사'의 자랑거리다. 그런 '고사'의 히어로는 남자 주연으로 나선 이범수였다. 창감독과의 친분으로 출연료도 거의 없이 '고사' 캐스팅을 받아들인 그는 남규리 김범 등 신인들을 지도하고 격려하는 역할까지 도맡았다. 파트너 윤정희조차 화려한 TV 드라마 주연 경력에 비해 스크린 데뷔작이 '고사'였으니 이범수의 고군분투가 더 빛날 수 밖에. 때마침 이범수는 SBS 드라마 '온에어'의 빅히트로 톱스타 자리를 확인하며 절정의 인기를 만끽하던 참이다. CF도 다수 찍었고 거액의 출연료를 주겠다는 캐스팅 제의가 쏟아지는 바람에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당시 기자와 만난 그는 "사람과의 인연을 가장 중요시 한다"는 말로 다른 대작들을 물리치고 신인들을 대거 기용한 저예산 공포물에 왜 출연하냐는 질문의 답변을 대신했다. 그런 이범수가 올 여름 또 사고를 칠 모양이다. 이번에는 공포물 아닌 스포츠물이다. 무서워서 흘리는 눈물 아닌 감동의 눈물을 관객들에게 뽑아낼 채비를 하고 있다. 시골 여중 역도부의 이야기를 그린 '킹콩을 들다'에서다. '킹콩을 들다'는 88올림픽 역도 동메달리스트 출신의 한 여중 코치(이범수 분)가 가진 건 힘밖에 없는 자신의 시골 소녀 제자들을 이끌고 올림픽 금메달에 도전하는 꿈같은 얘기다. 새삼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를 들어올린 장미란 역사의 용틀임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이범수는 이 영화로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막강한 블록버스터들과 맞서게 됐다. 그의 동지로 이름이 알려진 배우라고는 조안 정도 뿐이다. 스크린 수 확보나 마케팅 등에서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예상된다. 그러나 요즘 한국 관객들은 칸 수상작이라고, 돈을 많이 들였다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딱지를 달았다고 해서 점수를 더 주지 않는다. 자신의 기호에 맞는 영화를 귀신같이 찾아내서 보는 영리함과 알뜰함을 갖고 있다. 올 여름 대작 시장에서 이범수가 또 한번 작은 거인의 힘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OSEN 엔터테인먼트 부장]mcgwr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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