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KBO 사무총장 승인거부 사태 '씁쓸한 뒷맛'
OSEN 기자
발행 2009.06.05 11: 53

프로야구는 여전히 정부의 그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인가.
5일 KBO에 따르면 이상국 사무총장 내정자가 유영구 총재에게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다. 승인권을 갖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세 차례에 걸쳐 승인을 미루자 이총장 내정자가 스스로 물러났다. 지난 4월 30일 이사회에서 차기 총장으로 내정된 이후 36일 만에 벌어진 사태이다.
이 총장 내정자의 사퇴 과정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구단주 총회와 이사회가 내정한 사무총장을 문화관광부가 승인을 거부한 전례가 없다. 프로야구 출범 28년을 맞는 가운데 처음 있는 이례적인 사건이다. 주로 총재 선출에 관련해 정부의 입김이 강했지만 행정 실무 책임자인 사무총장은 총재의 의견을 그대로 존중해왔다.
문광부는 세 차례나 보완하라며 신청 서류를 돌려보냈고 결국 승인 거부 의사를 밝혔다. 문광부 측은 이상국 씨가 과거 총장 재직 시절 도덕적 흠결이 있었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무죄 판결을 받은 배임수뢰 혐의 등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광부 측이 승인을 거부한 속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계속 논란이 되어온 구 여권 인물에 대한 거부감으로 해석하는 시각이다. 전남 나주 출신인 이상국 씨는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
사상 초유의 총장 거부 사태로 인해 프로야구계가 뒤숭숭하다. 무엇보다 프로야구의 행정 공백은 더욱 장기화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구장 신축 문제 등 산적한 현안은 먼지만 쌓인 채 계속 표류하게 됐다.
이와 함께 정부 예산을 한 푼도 쓰지 않는 민간조직 인사에 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KBO가 사무총장직의 문광부 승인권을 삭제하는 정관 개정을 동시에 추진해왔고 문광부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사태의 재발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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