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열정에 초여름의 푸른 밤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다른 건 몰라도 역시 실력 하나는 아낌없는 박수를 받을 만 했다. 세계적인 여성그룹 푸시캣돌스가 6일 오후 8시 35분 서울 올림픽공원 올팍경기장에서 '푸시캣 돌스 라이브 인 서울'(Pussycat Dolls Live In Seoul)이라는 타이틀로 첫 내한 공연을 열고 공연장을 찾은 7000여명의 팬들을 춤추게 만들었다. 이번 푸시캣돌스의 공연은 사실상 반쪽이었다. 멤버 제시카가 앞선 호주 공연에서 갈비뼈 부상으로 공연에 불참했고 멜로디는 무릎 부상으로 춤을 추지 못했다. 멜로디는 초반 무대에 등장해 "무릎 부상으로 제대로 된 무대를 보여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공연은 나머지 세 멤버 애슐리 로버츠, 니콜 셰르징어, 킴벌리 와이어트 위주로 꾸며졌다. 또 공연은 35분 늦은 오후 8시 35분에 시작 됐다. 이런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그들을 함부로 비난을 하지 못할 만큼 훌륭했다. 특히 리더 니콜 셰르징어의 무대 장악력은 과연 최고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올리게 했다. 푸시캣돌스는 1시간 20분가량 진행된 공연에서 약 20여곡을 부르며 팬들과 함께 호흡했다. 어둠이 내린 야외 무대, 그리고 무대 정면으로 펼쳐진 스탠딩 석에서 야광봉을 들고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관객들의 모습은 마치 클럽과도 같았다. 푸시캣돌스가 만들어내는 흥겨운 음악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춤을 추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애슐리 로버츠와 킴벌리 와이어는 화끈한 춤으로 관객을 사로잡았고 니콜 셰르징어는 무대 곳곳을 누비벼 카리스마 넘치는 디바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무엇보다 감탄스러웠던 것은 앞서 말했듯 니콜 셰르징어의 무대 장악력이었다. 공연이 시작 되기 전 주인공이 나타나기 전의 무대는 황량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특별한 것이 없었다. 철제로 된 계단, 스크린 세개가 무대 장치의 전부 였다. 하지만 공연을 보면서 이런 무대가 오히려 공연을 더 빛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차가운 철제 무대 장치와 멤버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충돌하는 순간 튀어오르는 그 불꽃은 용광로보다 더 뜨거웠다. 니콜 셰르징어는 이곳이 과연 야외 무대인가 싶을 정도로 터져나갈 듯한 성량으로 집중력을 높였다. 일찍이 야외 공연장에서 이토록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든 가수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또 두세차례 무대 사이드 철제 구조물에 매달려 머리를 뒤로 젖히고 고음을 내지르는 과감한 무대 매너는 니콜의 팬이아니었던 사람조차 팬으로 만들만큼 매력적이었다. 이런 니콜 셰르징어의 무대에 애술리 로버츠와 킴벌리 와이어는 몸을 불사르는 춤으로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온몸에 딱 맞는 의상과 짧은 팬츠, 스커트는 섹시미를 극대화 하는 동시에 시원시원한 춤동작을 더 극명하게 볼 수 있게 했다. '아이 헤이트 디스 파트'(I hate this part)'웨이트 어 미닛'(Wait a minute)'돈 차'(Don't cha)'웬 아이 그로 업'(When I grow up)에 이르는 히트곡들이 쏟아져 나오자 관객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며 함께 춤을 췄다. 객석에서 불려나온 관객들 역시 푸시캣돌스 못지 않은 끼를 벌휘하며 분위기를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이날은 오프닝 무대를 장식한 손담비, 푸시캣돌스를 비롯해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2AM, 에이트, 윤건, 브라이언 등이 참석해 공연을 관람했다. 가수는 역시 무대 위에서 그 가치가 증명된다. "무대 위에 오르기 전에는 그냥 예쁜 여성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토록 카리스마가 넘칠 줄 몰랐다. 정말 최고다"라고 말한 한 관계자의 말처럼 그 모든 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비판적인 시각을 사르륵 눈 녹듯 녹일 수 있는 것은 역시 실력 뿐이었다. "여러분은 세계 제일의 팬이다! 서울에 와서 이렇게 아름다운 달을 함께 보게 돼 영광이다"는 푸시캣돌스의 말처럼 팬들 역시 '숨이 차도록 뛰어도 더 뛰고 싶게 만드는 공연'을 볼 수 있어 행복한 하루였다. happ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