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연예산책] 지상파 TV에서 현충일이 사라졌다. 3개사를 통틀어 현충일 관련 프로그램은 오전 10시의 현충일 추념식 보도 한 개뿐. 나머지 시간은 현충일과 관련없는 재방송과 정규 프로로 가득 메워졌을 뿐이다.
주말인 6일은 제 54회 현충일로 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친 애국 선열과 국군 장병들의 넋을 위로하고 그 충절을 추모하기 위한 공휴일이다.
군사정권 시절만 해도 현충일 TV 편성은 온갖 반공영화와 전쟁물, 순국선열을 위한 특집물들고 가득 메워졌다. 전국의 유흥주점들이 1년 365일 중 유일하게 하루 단합해서 쉬는 날도 현충일이고 TV 속 오락도 숨을 죽이곤 했다.
민주화 이후, 현충일 마다 벌어졌던 강압적 추념 강요와 TV 프로그램의 억지 도배는 부쩍 줄어들었다. 순국선열을 기리는 마음은 억지로 강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니 만큼 순리대로 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올해 TV 3사의 현충일 편성을 보면 단순한 무성의와 무관심만이 읽혀지고 경기 침체에 따른 예산 삭감을 이유로 공휴일 특집 프로 등에서 완전히 손을 떼어버린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최근 방송 3사는 제작비 절감 등을 위한 허리띠 조이기에 나서면서 TV 대목인 설날, 추석 명절에도 특집 프로그램 대신 재방송 위주의 편성으로 시청자 원성을 샀다. 현충일만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이에 대한 방송 관계자들의 답변은 매 한 가지다. "공휴일이나 연휴 때 TV를 보기보다 가족 동반 나들이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시청자들이 부쩍 늘었고 특집 프로그램은 제작비에 비해 시청률이 안나온다"고 하소연이다.
요즘의 경기 침체는 방송국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국민 대다수가 고통을 받고 있고 생활비를 한 푼이라도 줄이느라 이만저만 신경을 쏟는 게 아니다. 당연히 외식비와 여가비용 부터 먼저 줄이는 분위기 속에서 서민들이 위안을 찾을 곳은 TV와 극장뿐이다.
때마침 '워낭소리'에 이어 '7급공무원' '박쥐' '마더' 등 한국영화 수작들의 연달은 개봉으로 극장가 관객이 부쩍 늘었고 '터미네이터 4' 등 대작 외화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비교적 싼 가격으로 두 세시간 외출을 즐길 수 있는 영화 관람 수요가 경기 침체 때 늘어난다는 경제 속설을 그대로 증명하는 중이다.
이에비해 현충일 TV 시청률은 방송사 구분없이 뚝 떨어졌다. 일부 드라마만이 3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이고 예능 프로그램들 조차 하향 평준화로 울었다. TV를 떠나는 시청자들을 붙잡을 고민 없이, 시청자가 줄어드니 투자도 줄이겠다는 방송사들의 태만이 불러온 결과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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