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과 함께 숙제도 발견한 일전이었다.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좌완 후안 세데뇨(26)가 투구 내용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 불운 속에 국내 무대 입성 후 첫 패를 떠안았다.
세데뇨는 지난 6일 잠실 구장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 5이닝 동안 87개의 공을 던지며 8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2개) 6실점(5자책)을 기록하며 시즌 첫 패를 당했다. 세데뇨의 올 시즌 성적은 1패 평균 자책점 5.91(7일 현재).
이미 경기 전부터 승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팔꿈치 통증으로 고역을 겪고 있는 '주포' 김동주(33)와 허벅지 부위에 근육통을 호소 중인 최준석(26)이 모두 빠지며 타선의 파괴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주전들의 잇단 부상으로 팀 전력이 오히려 약화되었던 상황.
그러나 세데뇨의 투구 내용은 지난 5월 30일 대전 한화전 때보다 나쁘지 않았다. 한화 전서 18타자를 상대하며 초구 스트라이크 8개(비율 44.4%)를 잡는 데 그쳤던 세데뇨는 6일 경기서도 제구면에서 불안함을 비췄으나 25타자를 상대하며 18개의 초구 스트라이크(비율 72%)를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4km정도 였으나 홈 플레이트 부근서 역회전 되는 공이 많아 공략이 쉬운 공은 아니었다. 6회초 시작 후 연속 안타를 내준 것은 아직 몸이 덜 만들어진 세데뇨의 볼끝이 깨끗해졌기 때문이었다.
롯데 타자들이 때려낸 타구는 배트 중심에 맞아 나갔다기 보다 코스가 수비수가 없는 곳으로 향하는 것이 많았다. 2회 정보명(29)에게 내준 좌중간 2루타와 3회 김주찬(28)이 때려낸 중견수 방면 3루타를 제외하면 모두 수비수를 외면한 공이 되었을 뿐,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또한 커브의 각 또한 쉽게 볼 수 없는 공이었다. 1회초 선두 타자 김주찬을 상대로 어이없게 밖으로 빠져나가며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던 4구 째 커브. 그러나 이 공의 마지막 궤적은 포수 뒤쪽과 일직선상 위치로 휘어지며 떨어졌다. 공이 손에서 빨리 떨어지며 어이없는 폭투 성 볼이 되었으나 움직임이 살아 있다는 점은 앞으로의 가능성을 높였다.
세데뇨는 아직 몸이 덜 만들어진 선수다. 대만 리그 입성을 타진하다 실패한 후 3달 가까이 몸을 만들지 않았던 세데뇨는 투구수 80개를 넘어가자 구위가 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아내고도 확실한 결정구를 구사하지 못하며 수싸움에서 약점을 비췄다는 것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불안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로 세데뇨에 대한 시각을 불신으로 바꿀 수는 없다. 지난 4월 26일 입단 계약 후 잠실 구장 불펜서 시험 피칭을 하던 세데뇨는 슬라이더 구사 면에서 낙제점을 받았으나 지금은 리그 평균 이상의 슬라이더를 구사 중이다. 선수 본인이 젊은데다 성격이 긍정적인 동시에 습득력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쉬운 결과에 자책하는 모습을 그대로 비추는, 김경문 감독이 선호하는 근성까지 갖췄다.
오른손 거포 타이론 우즈(전 주니치)는 베어스서 변화구 대처 능력과 선구안을 키우며 코리안 드림에 이어 재팬 드림을 그려냈고 요미우리 시절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스타일에 그쳤던 맷 랜들은 두산서 체인지업 구사 비율을 높이며 제 기량을 더욱 키우는 동시에 팀의 주축 선발 투수가 된 바 있다. 지금까지의 경력이 일천했던 세데뇨가 우즈와 랜들처럼 '육성형' 선수가 될 수 있을까. 가능성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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