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LG 배터리' 정찬헌-김태군, 처음 손발 맞추던 날
OSEN 기자
발행 2009.06.08 08: 28

[OSEN=박종규 객원기자] 패기 넘치는 배터리의 2이닝, LG 트윈스의 차세대 에이스 투수와 안방마님을 미리 보는 듯 했다. LG의 입단 2년차 동기인 투수 정찬헌(19)과 포수 김태군(20)이 1군 무대에서 처음으로 손발을 맞췄다. 평소 절친한 친구사이인 둘은 그라운드 위에서 젊음의 힘을 과시하며 ‘찰떡궁합’을 뽐냈다. 올해 보다는 내년을, 내년 보다는 5년 후를 기대케 하는 잠재력이었다. 지난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LG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정찬헌은 4회에, 김태군은 5회에 각각 교체 출장했다. 두 선수가 배터리를 이룬 것은 데뷔 2년 만에 처음이었다. 그동안 김태군이 조인성, 김정민 등 주전 포수들에 밀려 출장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 전, 정찬헌과 김태군은 더그아웃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연습을 먼저 마친 정찬헌의 옆에 방금 전 타격연습을 마친 김태군이 살며시 자리를 잡았다. 김태군에게 다가가 말을 걸자, 1군 경험이 많은 정찬헌이 짐짓 선배인 척을 한다. “기자분 앞에서 긴장하지 말고 말 잘해야 돼”. 정작 김태군은 서글서글한 미소를 머금고 자신의 말을 해 나갔다. 그랬더니 정찬헌은 귀에 손을 가져가며 엿듣는 시늉을 한다. “박명환 선배님이나 봉중근 선배님하고 같이 배터리를 맞춰서 완봉승을 합작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제가 주전이 되면 5명의 선발 투수들 모두 1점대 방어율로 만들어 줄 꺼에요” 라며 굳은 의지를 보이는 김태군. 그러자 정찬헌이 “왜 중간계투 얘기는 안 하냐” 며 시비를 걸어왔다. 영락없는 스무살 청년들의 장난기였다. 정찬헌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 때문에 웃음을 찾아보기가 힘들다고 하자, 김태군은 “저는 얘보다 눈이 커서 웃는 얼굴을 금방 알아보죠. 그런데 얘는 이빨만 보여도 웃는 건데 사람들이 몰라봐요” 라며 한마디 거들기도 했다. 앞으로 손발을 잘 맞춰서 미래에 팀을 이끌라는 말에 정찬헌은 “한 5년 뒤에는 그럴 수 있을 거에요” 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김태군은 “내가 왜 니랑 맞추나, 딴 데가서 알아봐라” 며 걸쭉한 부산 사투리로 정찬헌에게 한 방을 먹였다. 의외로 두 선수가 손발을 맞출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약 1시간 후, 정찬헌이 선발 정재복에 이어 4회에 조기등판 했다. 승부가 거의 결정난 경기에서 마지막 회에 나서곤 했던 김태군은 조인성이 팔꿈치 통증 때문에 휴식을 취한 틈을 타 5회부터 마스크를 썼다. 경기 전에는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황이었다. 팀이 1-4로 뒤지던 5회말, 두 선수는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해 나갔다. 이닝이 시작되자마자 송지만과 강귀태를 각각 7구째, 6구째 만에 삼진으로 잡아내며 산뜻한 출발을 했다. 김일경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고, 김태군의 송구가 부정확해 김일경에게 2루 도루를 허용했으나, 후속 타자를 뜬공으로 잡아내고 5회를 마쳤다. 둘은 6회에도 나란히 그라운드에 나서자마자 덕 클락과 황재균을 각각 5구째, 3구째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점점 자신감이 붙으니 김태군은 과감한 승부를 요구했고, 그것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김태군은 자세를 바짝 낮추며 정찬헌에게 낮은 공을 요구했다. 스트라이크존 좌우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태군이 미트를 대는 위치에 정찬헌의 공은 한 치의 오차 없이 꽂혔다. 두 선수는 주로 바깥쪽에 걸치는 슬라이더로 카운트를 잡고, 볼 끝이 살짝 휘는 빠른 공을 결정구 삼아 승부를 해나갔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벽은 있었다. 히어로즈의 클린업 트리오를 넘지 못한 것. 이택근에게 가운데 낮은 직구를 통타당해 2루타를 맞고, 클리프 브룸바를 볼넷으로 거른 데 이어 이숭용에게 우월 3점포를 허용했다. 가운데로 몰린 정찬헌의 실투였다. 이를 지켜본 히어로즈 관계자가 “최근 몇 년 동안 봤던 이숭용의 스윙 중 가장 컸던 풀스윙이었다” 고 말할 정도로 타자 입맛에 딱 맞는 코스였다. 1-7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뒤, 두 선수는 송지만을 또다시 4구째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쳤다. 홈런에도 불구하고 주눅 들지 않고 평정을 찾은 셈이다. 결국 두 선수가 호흡을 맞췄던 2이닝의 아웃카운트 6개 중 5개가 삼진으로 채워졌다. 정찬헌에게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공격적인 투구였다. 앞으로도 김태군에게는 기회가 자주 찾아올 전망이다. ‘패전처리 포수’에서 벗어나 이날과 같이 경기 중반에도 경험을 쌓는다면 든든한 백업포수로 성장할 수 있다. 게다가 정찬헌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면 전담 포수가 되기를 바라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아직 스무살에 불과한 젊은 배터리라는 점에서 LG의 밝은 미래가 그려지는 2이닝이었다. 김태군-정찬헌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