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프로야구 대세는 ‘집단 마무리 체제’
OSEN 기자
발행 2009.06.08 08: 28

‘특급 소방수들’, 다 어디로 갔나.
2009시즌 들어 ‘타고투저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마무리 투수들이 ‘수난의 시대’를 맞고 있다. 강해진 방망이에 무너지며 심심치 않게 블론 세이브를 기록, 팬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그야말로 팀의 흥망성쇠를 한 손에 쥐고 있는 마무리 투수들이 엄청난 스트레스에 소방수 보직을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일 경기서도 2명의 마무리 투수가 불을 질렀다. 광주구장에서 맞붙은 삼성과 KIA 경기에서 KIA 우완 강속구 투수 한기주는 9회 한 점차(2-1) 우위를 지켜내지 못하고 동점을 허용,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2군에 내려갔다가 최근 복귀한 한기주는 8회 1사 1, 3루부터 구원등판, 8회 위기는 잘 막았으나 9회 연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다.
삼성도 마무리 투수 오승환 때문에 울기는 마찬가지였다. 오승환은 동점을 이룬 연장 10회부터 구원등판, 11회까지는 무실점으로 잘 틀어막았으나 12회초 공격서 한 점을 뽑아 3-2로 앞선 12회말 수비서 역전(4-3)을 허용, 패전 투수가 됐다.
오승환이나 한기주 모두 특급 소방수들로서 한 때는 ‘언터처블’의 구위를 자랑했으나 올해는 날카로워진 창 앞에서 속절없이 당하고 있다. 오승환은 두산 신예 마무리 이용찬과 함께 14세이브로 이 부문 공동 1위로 체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구위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나머지 구단들도 마무리 투수들의 부진으로 고민이 크다. 선두 SK도 정대현을 중간 투수로 기용하고 있고 히어로즈와 LG는 아예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하고 있다. 황두성과 우규민이 소방수 노릇을 제대로 못해내자 상황에 따른 마무리 체제로 전환한 것이다. KIA도 한기주의 부진과 윤석민의 선발 복귀로 ‘집단 마무리 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외국인 투수들을 마무리로 기용하고 있는 한화(토마스)와 롯데(애킨스)도 기대에 못미치면서 불펜 투수진 중에서 구위가 좋은 선수로 경기를 마무리 짓고 있다. 애킨스가 최근 부진하자 롯데는 7일 두산전서 선발 손민한의 6이닝 투구에 이어 셋업맨 이정훈을 3이닝을 던지게 해 1-0 승리를 지켜내기도 했다.
그나마 명목상 마무리 투수를 지키고 있는 팀은 삼성과 두산 정도이다. 나머지 팀들은 잇단 부진으로 ‘무늬만 마무리’인 소방수들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마무리 투수들은 매일 대기에 팀 승리를 지켜내야 하는 중압감에 시달리며 ‘선발 전환’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벤치는 팀사정상 들어줄 여유가 없다.
투수들의 보직 전문화로 이뤄진 소방수 체제가 무너지고 ‘집단 마무리 체제’가 대세를 이룬 올 프로야구에서 과연 어느 팀이 4강에 살아남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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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마무리 체제가 대세를 이룬 가운데서도 전문 소방수로 버티고 있는 삼성 오승환과 두산 이용찬. 나란히 14세이브로 이 부문 공동 선두를 형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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