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醉/中/談/話ㆍ취/중/담/화] 장시롱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지국장
OSEN 기자
발행 2009.06.08 10: 34

한·중·일 삼국을 아우르는 ‘뜨거운 열정’ 중국국가여유국(中國國家旅游局)에 ‘여유(餘裕)’가 없다. 2010년 5월 상하이엑스포와 11월 광저우아시안게임, 20011년 8월 선전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등 대규모 국제 행사 개최를 연달아 앞두고 내년을 ‘중국 방문의 해’로 지정, 행사 준비 및 선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 때문에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사무소에서도 여유는 찾아볼 수 없다. 장시롱(張西龍)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사무소 지국장은 지난달 20일 기자 간담회를 열어 ‘2010년 한국 여행객 500만명 유치’라는 야심찬 목표을 발표했다. 이는 미국발 금융위기로 불거진 경기 침체와 급격한 환율변동에 이어 신종인플루엔자까지 잇따라 겹친 악재로 인해 여행수요가 급감한 현 상황을 감안할 때 자못 과감한 목표 설정이다. 그러나 장시롱 지국장은 자신한다. 하여 한가로울 틈이 없다. 중일 관광 다리 놓은 일등공신 장시롱 지국장은 1985년 중국여행유람사업관리총국에 첫발을 들여놓은 것을 시작으로 24년간 중국 관광산업 발전을 위한 외길을 걸어왔다.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그는 이후 중국국가여유국 국제시장개발국 과장을 거쳐 도쿄 일본사무소 과장으로 부임, 지국장을 역임했다. 강산도 변하는 10년이란 세월 동안 일본사무소에서 근무한 장 지국장은 중일 양국 문화관광교류에 있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뤘다. 일본국토교통성 여행사업부흥위원회와 홋카이도해외여행촉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며 양국 관광교류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인 것. 그 결과 2000년 일본 니카이 도시히로 경제산업상의 지지 아래 5000명 일본문화관광교류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해 후진타오 주석 접견하는데 일조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중일 국교 정상화 30주년을 맞은 2002년에는 중국 5000여명, 일본 1만3000명으로 구성된 우호교류단이 상대국 정상을 접견하고 베이징에 중일우호만인우의림을 조성하는데 주요 기획 및 실무 담당자로 활약했다. 또 중일 수교 35주년을 맞은 2007년에도 일본 정부 및 관광업협회와 협력해 양국 각 2만명의 우호교류단이 상대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중국 창구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10 중국 방문의 해’ 홍보 총력 장시롱 지국장이 일본에서의 긴 임기를 마치고 서울사무소에 부임한 지 1년 10개월. 된장찌개 국물 쓱쓱 비빈 밥 위에 김치를 척척 걸쳐먹는 모습이 한국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그가 사실대로 얘기하면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사무실이 위치한 명동 일대를 돌아본 것도 최근 일이라고. 그도 그럴 법한 것이 내년부터 대거 개최되는 굵직굵직한 국제 행사와 ‘중국 방문의 해’ 홍보를 위해 주말도 반납하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 지난해 8월 한중 양국 정상은 전략적 동반관계를 선언하며 2010년을 중국 방문의 해로, 2012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지정하고 양국간 상호 방문객 1000만명 유치를 위해 서로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이에 따라 중국국가여유국 서울사무소는 내년 방중 한국인 500만명 유치를 목표로 공격적인 홍보활동을 펼치는 중이다. 장시롱 지국장은 “2005년부터 줄곧 한국이 중국 아웃바운드 시장 1위를 지켜왔는데 올해 일본에게 순위를 빼앗겨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다”며 “3개월 후 순위가 역전되길 희망한다”고 속내를 털어 놓는다. 그래서 더욱 가열찬 움직임을 펼치고 있는 장 지국장. 전략도 치밀하다. 우선 실질적인 소비자인 일반 대중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TV와 신문, 잡지 등 언론 매체와 각종 관광 박람회, 사진전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구이저우, 허난, 윈난 등은 이미 KBS와 YTN 방송을 통해 소개된 바 있으며 앞으로 몇 차례 더 방송 전파를 타고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 두번째 전략은 새로운 목적지 개발. 장시롱 지국장은 특히 중국 중서부 지역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4대 유명 고도 중 하나인 시안을 중심으로 한 실크로드여행과 시안·정저우·카이펑·뤄양 등을 잇는 왕조로드여행, 하이난·구이린·윈난·샤먼·다롄·칭다오 지역의 골프여행 등 새로운 경로를 선보여 중국으로의 재방문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중국여행 전문 지식을 갖춘 여행사, 항공사와 협력해 신상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더욱 효과적인 상품 개발을 위해 올해 여행사와 미디어를 대상으로 한 팸투어도 10회 실시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달 26일에는 업계 관계자와 중앙일보시사미디어 회원 300여명을 초청, 세중투어몰이 개발한 시안·정저우 상품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시안과 허난, 쓰촨의 여행정보 및 올 하반기 중국여행 트렌드 소개와 영화 시사회가 함께 마련돼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장시롱 지국장은 “휴양을 위한 리조트와 크루즈관광, 수학여행, 의료관광 상품 개발에도 집중하고 있다”며 “그동안 한국 여행객들이 단체여행을 통해 단기간 중국을 훑어보고 갔다면 이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셴양 등의 도시에서 오래 머물며 중국문화를 만끽하길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세번째 전략은 MICE시장 집중 공략. 장시롱 지국장은 장기적인 측면에서 전체 여행시장의 35% 이상은 MICE가 거점해야 관광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현재 광둥, 상하이, 선전, 톈진, 다롄에 대규모 컨벤션 센터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 이에 장 지국장은 MICE 여행객 유치에 역점을 두고 홍보활동을 펼칠 예정이며 다음달에는 중한 MICE 관광시장을 주제로 한 심포지엄도 주최한다. 이와 더불어 중국 MICE여행과 수학여행, 상하이엑스포, 광저우아시안게임 등 주제별 관광 정보가 담긴 가이드북을 출간해 대중에게 중국의 새로운 목적지와 여행 매력을 널리 알린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공격적이고 구체화된 홍보 전략이라면 내년 한국 여행객 500만명 유치도 무리는 아닐 터. 한중 관광 ‘질적’ 발전 모색 늘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부드러운 눈가 주름을 가진 장시롱 지국장. 그의 푸근하고 선한 눈매가 일순 날카롭게 빛난 순간이 있다. 바로 그가 한중 관광산업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열변을 토할 때였다. 장시롱 지국장은 취중담화 자리에서 중국에서는 술 마신 다음에야 비로써 진실을 말한다는 뜻의 ‘주후토진언(酒后吐眞言)’이란 한자어를 쓴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거침없이 진심을 토해냈다. 그는 일단 패키지 여행사의 가격 경쟁 심화로 발생한 제로투어, 마이너스투어 등의 폐단이 양국 관광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을 예로 들며 양국 여행업계에 성행하는 부조리한 관행들을 꼬집었다. 특히 인센티브 단체 요금을 패키지여행객 가격으로 처리하는 게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중국 현지 가이드들의 사기 저하 및 옵션관광 강요 등이 소비자 불만 증폭으로 이어져 결국 양국 관광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17년간 양적 발전은 고조된 반면 질적 향상은 아직도 미흡한 수준”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종인플루엔자 발병으로 여행경기가 침체된 현 시점에서 문제점 개선을 위한 쌍방의 상호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방한 중국인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로 미루어 향후 중국이 한국의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하며, 중국 여행사가 현재 한국 여행사가 단행하고 있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이끌어 간다면 과연 어떤 상황이 초래할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중국국가여유국의 통계에 따르면 1~4월 중국을 방문한 한국 여행객은 102만여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33.6% 감소한 반면 1~3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지난해보다 13% 성장했다. 장시롱 지국장은 양국 관광의 질적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상호이해와 협력은 물론 업계 전문 매체의 사회적 책임이 크다고 피력했다. 때문에 그는 이러한 현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자리인 한중일 관광장관회의와 한중일 청소년 교육관광 포럼 개최 등에 앞장서고 있다. 한중일 삼국의 관광 발전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장시롱 지국장. 그는 자기 발을 스스로 묶는다는 뜻의 ‘고보자봉(固步自封)’이란 한자어를 써 보이며 취중담화를 마무리 지었다. 여행 경기가 어렵다고 인바운드 유치에만 치중한다면 결국 그 나라가 가장 큰 손실을 볼 뿐이라는 뼈 있는 충고였다. 글=여행미디어 주성희 기자 www.tour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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