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29. 두산 베어스)과 김정민(39. LG 트윈스). 탁월한 기량과 성실한 훈련 자세로 팬들의 사랑을 받던 두 선수는 각각 지난 2일과 5월 20일 광주 구장서 턱 관절 골절, 아킬레스건 파열이라는 중상을 입으며 시즌 후반기서나 모습을 비추게 되었다. 탄탄한 센터 라인 수비 구축이 야구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임을 감안하면 이들의 부상 이탈은 소속팀에 큰 전력 약화 요인임에 틀림 없다. 이종욱은 빠른 발을 바탕으로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며 국내 최고의 중견수로 우뚝 섰고 김정민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투수리드, 투수의 1구도 그대로 흘려보내지 않는 포구 자세를 보여주며 주전 포수 조인성(34)의 뒤를 튼실하게 지켰다. 9~11일 잠실서 펼쳐진 두산과 LG의 3연전. 양 팀은 신인 정수빈(19. 두산)과 2년차 포수 김태군(20. LG)을 내세워 이종욱과 김정민의 대체자로 내세운다. 아직 신출내기나 다름 없는 선수들이지만 이들 또한 저마다의 개성과 기량을 갖추고 있기에 더욱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이종욱이 본 정수빈, "야구를 예쁘게 한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해서 그런지 기본기가 잘 갖춰져 있더라구요. 저도 긴장해야죠".(웃음) 지난 2월 하와이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 일원으로 대회를 준비하던 이종욱은 "정수빈이 전지훈련서 주목을 받고 있다"라는 전언에 웃음으로 답했다. '긴장하셔야 겠네요'라며 말을 건네자 함께 웃음을 지은 이종욱은 후배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수빈이요. 같이 훈련을 해보니 야구를 참 예쁘게 하더라구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일찍 야구를 해서 그런지 기본기가 잘 갖춰진 수비를 하더라구요. 발도 빠르고, 컨택 능력도 있고. 저랑 자리가 겹치니 저도 긴장해야죠".(웃음) WBC를 마치고 2009시즌을 맞은 이종욱은 왼 팔꿈치 부종으로 인해 10일 간 2군에 떨어진 뒤 제 페이스를 찾는 데 중점을 두다 지난 2일 불의의 턱 관절 골절상을 입고 1~2달 간의 공백기를 갖게 되었다. 이로 인해 2006시즌 두산의 주전 자리를 차지한 이후 항상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를 펼치던 이종욱의 빈 자리는 비슷한 체구의 신인 정수빈이 메우게 되었다. 이종욱의 부상 이전, 선배의 칭찬을 전하자 수줍게 웃어 보였던 정수빈은 선배의 39번을 모자 왼편에 새기고 더욱 눈빛을 반짝였다. 데뷔 첫 해 부터 줄곧 1군에 있는 만큼 체력적인 면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었다. "부모님께서 준비해 두신 홍삼으로 여름 나기를 해 나가겠다"라며 머리를 긁적인 정수빈. 올 시즌 2할8푼4리 2홈런 11타점(8일 현재)을 기록하며 3할8푼5리의 출루율로 신인 답지 않은 선구안을 발휘 중인 그가 리드 오프 자리서 이종욱이 발휘하던 위력을 그대로 발산할 수 있을 지 더욱 궁금해진다. ▲ 김정민이 본 김태군, "투수를 편하게 하는 넉살꾼" "3개 연속으로 어이없는 투구가 나왔는데 그냥 웃으면서 공을 던져 주었다. '성격이 참 수더분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간의 잠정 은퇴 기간을 가졌던 김정민은 2007년 신인 스카우트 업무에도 힘을 쏟으며 잠시 '주변인'의 역할을 맡았다. 포수 스카우트를 위해 대학-고교 선수들을 지켜보았던 김정민의 실질적인 첫 작품은 김태군으로 봐도 무방했다. 지난해 12월 잠실서 자율 훈련에 열중하던 김정민은 2007년에 대한 질문에 답하던 도중 김태군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신인 중 최고로 꼽았던 포수는 성균관대 이희근(24. 한화)이었다. 그러나 이미 한화가 2차 1순위로 뽑았지 않은가. 그래서 고교 포수들 중 가장 수비력이 괜찮았던 (김)태군이를 선택했다. 기본기가 잘 갖춰진 것도 물론이고 투수를 편하게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모습이 '스카우트' 김정민의 눈을 사로 잡았는지 궁금해 재차 질문을 던졌다. 김태군의 모교인 부산고는 이전에 비해 투수력이 약화되었던, 그래서 포수 김태군의 비중이 컸던 팀이었다. "대회 도중 같이 호흡을 맞추던 투수가 태군이가 블로킹 하기 어려울 정도로 3개 연속 어이없는 공을 던졌다. 나 같아도 그 경우에는 신경질이 날 수밖에 없는데 태군이는 실실 웃으면서 투수 엉덩이를 한 번 쳐주고 공을 건네주더라. 포수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투수를 다잡아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그 모습이 태군이를 2차 지명서 선택하게 했다". 지난해 8월 17일 춘천 의암구장서 열렸던 퓨쳐스 올스타전. 그 곳에서 만났던 김태군은 "아직 멀었습니다만 다음에는 1군 올스타전에도 나가봐야죠"라며 수더분한 웃음을 보였다. 입단 이후 주로 2군서 기량 연마에 힘썼던 그는 지난 7일 목동 히어로즈 전(1-7 패)서 팔꿈치 통증을 호소 중인 주전 조인성을 대신해 마스크를 쓰고 5회부터 8회까지 좋은 인사이드 워크를 보여줬다. 비록 6회 덕 클락(33)에게 쐐기 스리런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투수를 편하게 하는 모습은 1군 무대서도 그대로 비춰졌다. 만 20세에 불과한 포수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스트라이크 존 좌우를 세분하는 능력은 분명 뛰어났다. 고교 시절에도 타격보다는 포수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에서 큰 점수를 얻었던 김태군. 90년대 LG의 '신바람 야구'에 힘을 불어넣었던 서용빈(현 LG 2군 코치)의 62번을 이어받은 그가 최근 하향세를 걷고 있는 LG에 신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farinelli@osen.co.kr 정수빈-김태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