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볼 배합 좀 편하게 내고 싶다"
OSEN 기자
발행 2009.06.09 10: 27

"요즘은 정말 볼 배합하기 힘들다". 최근 팀 전력과 맞물려 SK 안방마님 박경완(37)의 속내는 그 어느 때보다 답답하다. '국내 최고 포수'라는 명성에도 불구하고 볼배합을 내기가 힘들어졌다며 하소연 하고 있다. 지난 7일 한화전에 앞서 대전구장에서 타격훈련 중이던 박경완은 '잘 잤느냐'는 질문에 "정말 그렇게 잘 잘 수 없었다"면서 "새벽 7시에 잤으면 훌륭한 것 아니냐"며 한숨섞인 웃음을 지었다. 시즌 때면 어김없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박경완이기에 어쩌면 당연한 대답. 그러나 곧 박경완은 "요즘은 정말 볼 배합하기 힘들다"면서 "팀 타격감까지 고려하다보니 그 때마다 다르고 더 신중하게 배합을 해야 한다"고 불면의 이유를 털어놓았다. 팀 주장으로서, 투수들의 장점을 좀더 이끌어내기 위한 안방마님의 고뇌가 드러나는 말이다. SK는 8일 현재 34승 18패 4무 6할7리의 승률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3.56으로 팀 방어율 1위에 올라 있고 2할8푼으로 LG(.289)에 이어 팀 타율 2위를 달리고 있다. 기록면에서는 그만큼 투타에서 안정된 모습이다. 그러나 SK경기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인정하듯 최근 결정적인 찬스에서는 SK답지 않은 장면이 자주 연출되고 있다. 460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잔루를 기록 중이기도 하지만 절호의 득점기회를 무산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SK 투수들도 "타자들이 요즘 힘든 만큼 최대한 실점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할 정도다. 이에 박경완은 "볼배합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러나 상황에 따른 볼배합도 있다"면서 "요즘처럼 타자들이 못칠 때는 되도록 점수를 주지 않기 위한 배합을 해야 한다. 그럴 때면 평소 배합보다 위험성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 전 4~5점을 줘도 된다는 생각으로 앉는 것과 1점만 줘도 질 수 있다는 부담 속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전혀 다르다"면서 "본인들은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막상 앉아서 받아보면 투수들도 점수차가 여유가 있을 때와 타이트한 경기를 할 때의 위력은 전혀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또 박경완은 "투수들도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 두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시말해 최근 박경완의 볼배합은 실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유'가 빠진 '타이트한' 코너워크를 투수에게 요구하고 있다. 칼날 제구가 아니면 큰 것을 허용할 수 있는 만큼 구석구석 꽉찬 공을 유도하고 있다. 주위에서는 "다른 것은 신경쓰지 말고 포수 역할만 충실히 하라"고 조언하지만 주장과 포수를 동시에 겸하고 있는 박경완에게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타선의 부활 속에 투수들의 호투가 계속돼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하고 나서야 박경완의 고뇌가 사라질 듯 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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