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괜찮아요. 조만간 그라운드에 설 거에요". 웃음을 띄었으나 마음 고생이 심했기 때문인지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 2일 광주 KIA전서 수비 도중 충돌로 인해 2군으로 내려간 김재호(24. 두산 베어스)가 9일 잠실 구장을 찾아 팀의 경기를 지켜봤다. 김재호는 지난 2일 광주 KIA전 8회말 수비 도중 김종국(36)의 뜬 공을 잡으려다 중견수 이종욱(29)과 충돌하며 무릎과 어깨에 타박상을 입었다. 그러나 더욱 컸던 것은 평소 좋아하는 선배를 다치게 했다는, 가슴에 맺힌 상처였다. 이종욱은 김재호의 무릎에 턱 부위를 부딪히며 1~2개월 간의 치료를 요하는 턱 관절 골절상을 입었다. 충돌 후 부상의 아픔보다 정신적인 충격에 휩싸여 창백한 낯빛으로 팬들을 염려케 했던 김재호는 지난 3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되었고 구단 주선 하에 심리 치료까지 받았다. 어려움 속에서 자신을 지탱하고 있는 김재호는 9일 두산-LG 전을 잠실 구장 1루 측 관계자석서 지켜보았다. 평소와 다름 없이 선한 웃음을 보이며 인사를 건넨 김재호는 "이제는 괜찮다. 괜찮지 않으면 경기장에도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유니폼이 더욱 익숙했던 그가 검은 뿔테 안경에 평상복 차림으로 관계자석에 앉아 있다는 것이 생경했다. 뒤이어 김재호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다시 돌아가면 내가 펼칠 수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겠다"라는 짧은 말로 활약을 다짐한 뒤 빗줄기가 거세지자 자리를 떠났다. farinell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