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이야기', 시대를 엇나간 '불편한 수작'
OSEN 기자
발행 2009.06.10 07: 31

KBS 2TV 월화드라마 '남자이야기'가 시대를 엇나간 불편한 수작으로 남았다. 1년 6개월만에 컴백한 스타작가 송지나의 대한민국 3부작의 완결판으로 지난 4월 6일 야심차게 출발한 '남자이야기'(송지나 극본, 윤성식 연출)는 하지만 2개월 방영 내내 시청률 한 자릿수에 머물며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9일 아쉬운 종영을 맞았다. 마지막은 동생 은수(한여운)의 죽음 앞에 해리성 정체장애(다중 인격)을 겪는 채도우(김강우)가 섬뜩한 미소를 짓는 '반전'으로 장식했다. 채도우는 다중 인격인 척 연기를 하는 것이었고, 이를 주인공 김신(박용하)이 알아채면서 두 사람은 서로를 파멸하려 했던 적이자 가장 서로를 잘 이해나는 사람임을 증명했다. 혼돈의 세상,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분열과 끝나지 않는 선과 악의 대결을 그리며 여운을 남겼다. 굳이 '명품'이란 수식어를 쓰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관계자들과 애청자들은 이 작품이 흡인력은 약했지만 수작이었다는 점에는 어느 정도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송지나 작가는 정공법으로 뚜렷한 선악 구조가 담겨진 사회가 투영된 남자들의 세계를 그려냈다. 건설적인 주제, 명확한 캐릭터, 비교적 탄탄하고 밀도있는 전개가 소위 '막장'이 판치는 요즘 드라마계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진지하고 묵직한 작품이었다. 하지만 불황 속 TV에서 웃음과 휴식을 찾길 원했던 시청자들의 외면을 당해야 했다. 돈과 권력의 어둠의 세계에서 그려진 만두 파동, 사이코 패스, 텐프로, 주식 조작, 땅 투기 등의 이야기는 사회 반영적인 것들이었지만, 시청자들은 이런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기에는 버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판타지가 올 상반기 드라마의 핵심 코드였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남자이야기'의 실패는 어느 정도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드라마를 표방한다는 시도는 좋았지만, 그 현실 자체가 시청자들의 보는 즐거움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어려운 드라마'로 끌고 간 측면도 있었다. 기존에 다루지 않았던 '사회악'에 대한 새로운 조명은 참신했지만, 깊은 공감을 자아내지는 못했다. MBC '내조의 여왕'에 열광하는 30~40대 여성 시청자들의 눈길에서 벗어나고, SBS '모래시계'에 열광하던 각박한 현실을 사는 30~50대 남성 시청자들에게도 공감을 심어주지 못한 '남자이야기'는 결국 일부 마니아팬들의 지지를 얻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남자이야기'가 몇 년만 앞서 방영 되었더라도 반응이 지금과는 달랐을 것이라고 본다.웬만한 자극에도 끄덕없고 드라마에서 웃음과 유머를 원하는 요즘 시청자들과 빠르고 판타지적인 작품이 인기 있는 현재 드라마 트렌드에서 많이 벗어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한편 '남자이야기' 후속으로는 지진희, 엄정화, 김소은, 양정아, 유아인 주연의 '결혼 못하는 남자'가 15일 첫 방송된다.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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