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실책에도 흔들림 없이 던져야 한다". 김성근(67) SK 감독이 김광현(21)에게 에이스로서 갖춰야 할 또 하나의 요건을 강조했다. 김 감독은 9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홈경기에 앞서 "김광현이 대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동료들의 실책이 있더라도 안정적으로 던질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7일 대전구장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시 경기에 선발 등판한 김광현은 5⅓이닝 동안 홈런 2개 포함 7피안타 1볼넷 6탈삼진 1사구 1폭투로 4실점, 패전 위기에 몰렸다. 올 시즌 8연승 무패가도는 물론 작년 8월 28일 문학 두산전 이후 이어지던 13연승 행진의 상승세가 한꺼번에 물거품이 될 뻔 했다. 그러나 다행히 팀이 3-4로 뒤진 9회 이호준의 좌중간 꿰뚫는 짜릿한 2타점 역전 결승타 덕분에 패전을 면할 수 있었다. 김광현이 무너진 결정적인 원인은 기록되지 않은 야수 실책 때문이었다. 1-0으로 앞선 3회 2사 1, 2루에서 김태완의 평범한 외야플라이가 돌연 2루타로 둔갑해버렸기 때문이다. 우익수 박정권과 중견수 김강민이 서로 공을 잡는 과정에서 이를 놓쳐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2루주자와 1루주자가 한꺼번에 홈을 밟아 역전을 허용했다. 이어 김광현은 4회 이여상에게 좌월솔로포, 6회 송광민에게 우월솔로포까지 얻어맞아 한화에 4-1의 리드를 내줘야 했다. 바로 이 점을 김 감독이 지적한 것이다. 동료 야수들의 실책으로 실점을 했지만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타까운 표정을 짓는 등 감정 표현을 그대로 노출할 경우에는 동료들이 더 미안해 할 수 있다. 때에 따라서는 오히려 동료들이 기분 나빠할 수도 있고 급기야 예기치 않은 미움까지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재미있는 것은 김광현은 지난 4월 17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김 감독에게 "에이스 자격이 없다"는 꾸중을 들었다. 팀은 10-9로 진땀승을 거뒀지만 김광현은 7-0의 리드를 지켜내지 못한 채 5실점하며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letmeou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