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목동, 박종규 객원기자] “컨디션에 상관없이 잘 던져야 좋은 투수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은 언제나 투수 운용에 관한 이야기를 상세히 설명한다. 11일 KIA전을 앞두고 목동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이날도 ‘투수 조련사’ 다운 이야기로 취재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감독은 전날(10일) 경기에서 2회초 투수를 교체했던 상황에 대해 “선발 황두성이 불안해 2회인데도 볼넷을 2개 내줬을 때 강윤구를 불펜에서 준비시켰다. 나지완에게 몸 맞는 공을 내줬을 때 주심에게 어필하러 나가면서 이미 교체를 생각하고 있었다” 고 말했다. 2회에 밀어내기로 1점을 내주면서 1사 만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교체할 만한 타이밍은 아니었다는 의견을 일축하는 답변이었다. 이어서 김 감독은 투수를 기용하는 자신의 지론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교체 타이밍이 좋아도 정작 그 투수의 구위가 좋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고 운을 뗀 뒤, “모든 게 감독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라는 심정을 드러냈다. 대량 실점하는 경기에 대해서는 “흔히 대량실점하며 지는 경기에서는 선발투수가 점수를 거의 다 주는 것으로 알고들 있는데, 그렇지 않다. 선발투수가 5~6점을 내준 뒤에 필승 계투조가 아닌 패전처리라고 불리는 투수들을 내보내기 때문이다. 선발이 무너지면 필승 계투조는 있을 수 없다” 고 말했다. 김 감독은 좋은 투수의 조건을 기복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수들을 보면 컨디션이 좋을 때 잘 던지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 좋은 투수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도 4~5이닝씩 ‘꾸역꾸역’ 막아낸다. 만약에 한 경기를 잘하고 한 경기에서 대량실점을 한다면 결코 믿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마운드 위에서 경기당 자신의 평균치를 던지는 투수를 기용하고 싶다. 방어율이 3점대라면 매 경기 엇비슷하게 던져야 한다” 며 이해하기 쉬운 말로 ‘투수론 강의’ 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