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이 털어놓은 '감독의 고충'
OSEN 기자
발행 2009.06.12 08: 33

[OSEN=박종규 객원기자] “야구는 하면 할 수록 어려운 것 같다”.
프로야구 감독이란 결코 마음 편한 직업이 아니다. 팀 성적에 따라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성적은 감독이 아닌 선수들이 뛰어서 얻는 것이라는 점이 문제를 한층 더 어렵게 한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의 생각은 어떨까. 선수로, 코치로, 경기운영위원으로 야구계를 들여다보던 김 감독은 이제 사령탑의 위치에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평소 자신의 심정을 솔직히 드러내던 그는 감독으로서의 고충을 털어놓았다.
▶ 감독의 역할은 30%에 불과
“감독이 경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견해에 따라 100%로 보는 사람도, 50%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감독의 역할은 30%라고 생각한다” 라고 운을 뗀 김 감독은 “역할이라고 해 봐야 선수교체나 투수를 바꾸는 타이밍 외에 더 있는가. 결국은 선수가 안타를 쳐야 감독의 구상대로 돌아간다. 만약에 쉬운 땅볼을 선수가 못 잡기라도 하면 어쩔 수가 없다. 어떤 때는 비중이 크겠지만, 전체적으로는 30% 정도다” 라고 설명했다.
▶ 작전도 상황에 맞아야
“감독이 낼 수 있는 작전이라고 해봐야 번트나 치고 달리기 작전 밖에 더 있습니까” 라며 이야기를 이어간 김 감독은 작전을 내는 것도 상황에 맞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 상황에서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7회에 2-0으로 앞섰을 때 번트를 대고 외야뜬공이 나오면 안타 없이 1점을 뽑을 수 있다. 2점 리드와 3점 리드는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작전을 걸기 마련이다”
▶ 팬들의 바람은 이해하지만
김 감독은 “팬들은 득점 기회에서 번트 대는 것은 싫어하고, 강공을 해야 호쾌한 야구라며 좋아한다. 그런데 안타를 칠 수 있는 반면에 더블 플레이를 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라는 갈등을 제기했다. “팬들이 좋아하려면 일단 성적이 좋아야 하는데, 성적을 위해서라면 호쾌한 야구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라는 입장이었다. 김 감독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라는 말을 인용하며 이해를 도왔다.
▶ 작전 야구를 하는 이유
“3할 타자가 안타를 칠 확률이 30%이고, 범타에 그칠 확률은 70%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 라며 운을 뗀 김 감독은 “야구는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다. 어디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작전을 많이 구사한다. 결코 타자들의 타격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그만큼 선취 득점이나 도망가는 점수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덧붙여 “미국의 경우에도 힘으로 하는 야구는 한계가 있다. 작전야구를 구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라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 감독의 말처럼 야구는 굉장히 어려운 스포츠임에 틀림없다. 수많은 확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 여기에 운도 따라주어야 하니 경기에서 승리를 얻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안다면 야구팬들도 좀더 너그럽게 감독을 바라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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