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종규 객원기자] 롯데와 방망이 싸움에서 밀린 히어로즈, 그러나 한줄기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었다. 히어로즈는 지난 12일 사직 롯데전에서 초반 대량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9-13으로 무릎을 꿇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2-8로 뒤지던 3회말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이대호에게 3타점 2루타를 내준 뒤로 4이닝을 2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히어로즈가 일찍 경기를 포기할 수도 있었으나, 그 투수가 잘 버텨준 덕분에 4점차까지 따라붙을 수 있었다. 그 투수는 바로 히어로즈의 ‘예비역 1년차’ 오재영(24)이다. 지난 2년간 상무에서의 복무를 마치고 올시즌 팀에 복귀한 오재영은 왼손 중간계투 요원으로 활약하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청원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4년 현대 유니콘스에 2차 1순위로 입단한 오재영은 데뷔 첫해 10승 9패 탈삼진 113개의 기록으로 그해 신인왕에 올랐다. 그러나 이듬해 1승 11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부상까지 겹쳐 2006년에는 4경기 등판에 그쳤다. 그리고는 상무에 입대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올시즌, 오재영은 초반 2경기에 나선 뒤 부진으로 인해 2군행을 통보받았다. 그동안 히어로즈 불펜에 과부하가 걸린 가운데서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던 오재영은 지난 3일자로 1군 엔트리에 올랐다. 불펜에 좌투수가 부족함을 느낀 김시진 감독의 선택이었다. 복귀 후 ‘필승 계투조’ 에 포함되지 못한 오재영은 이날 경기에서도 2-8로 롯데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3회말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이대호를 상대한 오재영은 우중간을 가르는 싹쓸이 2루타를 얻어맞고 말았다. 9점차로 벌어진 경기, 그때부터 오재영은 정신을 차렸다. 3회를 추가실점 없이 마무리한 뒤, 5회 무사 1,2루의 위기를 넘기는 등 침착한 투구로 7회 1사까지 4이닝을 책임진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비록 지는 경기였지만 히어로즈는 오재영 덕분에 중간계투진의 소모를 막을 수 있었다. 이렇게 조금씩 팀에 적응해가고 있는 오재영. 정작 자신은 아직도 답을 찾지 못한 상태였다. “구속이 안 나와 답답하다” 는 고민을 털어놓은 오재영은 “2005년에 입은 허리부상 이후로 예전의 투구폼을 되찾지 못했다. 아파서 던지지 못하니 정말 괴로웠다” 고 말했다. 신인 시절, 유난히 큰 폼으로 공을 던지던 그는 149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리한 탓인지 2005년 시즌부터 몸의 이상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은 아픈 곳이 없다. 단지 예전의 공 스피드를 찾지 못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뿐이다. 오재영은 “커브를 던지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직구 스피드가 나와야 효과가 있다. 요즘에는 오히려 커브를 더 많이 던진다” 며 빠른 공을 던지고 싶어 했다. 중간계투로 나서는 것도 그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프로 데뷔 때부터 상무시절까지 계속 선발투수로 나섰는데, 올해 처음으로 중간 계투를 맡았다. 정말 긴장이 많이 된다” 고 밝힌 오재영은 “선발투수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해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지지만, 중간계투는 위기 상황에서 나와 한 방 맞으면 끝이다. 그게 부담된다” 는 심정을 털어놓았다. “후배들에게는 '중간 계투로 나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 이라 말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지금 2군에도 좋은 투수가 많다. 오히려 1군 투수들보다 구속이 빠른 투수도 있다. 다만 1군에 올라오면 긴장을 많이 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고 설명한 오재영은 “나는 다시 부진하게 된다면 금방 2군에 내려갈 것 같다. 나를 잘 아는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더 혹독하게 다루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시기 때문이다” 는 견해를 밝혔다. 뒤이어 오재영은 “예전에 코치님들이 내가 잘 던졌을 때를 보셨으니 그만큼 좋아질 거라는 기대를 하고 계신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부진한 것이 그분들께는 더욱 미안하다” 며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다. 그렇게 힘든 상황이지만 아직 포기는 없다. “나는 아직 어린 나이라고 생각한다. 군대도 갔다 왔으니 여유가 있다. 이제부터 1군 무대에 적응하려고 한다” 는 의지를 드러낸 오재영은 “구속이 안 나와도 뭔가 큰 변화를 주기 보다는 꾸준히 던질 것이다” 라는 목표를 밝혔다. 과거의 영광을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오재영. 자신의 말처럼 아직 24살에 불과하기에 도전할 날들은 많이 남았다. 그 역시 ‘히어로즈의 미래’ 중 한명인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