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맞다. 선발 로테이션이 제자리를 잡으면서 팀전체가 새로워졌다. 선발진이 흔들릴 때는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던 팀이 선발 로테이션이 안정화되자마자 연승 행진으로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해 8년만의 4강 진출로 ‘가을 야구를 하자’는 소망을 이뤘던 롯데 자이언츠가 파죽의 6연승 행진을 보이며 상위권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 때 최하위까지 처졌던 팀순위가 5위로 올라섰고 4강 진입을 노리고 있다. 6연승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타게 된 원동력은 투타 주축인 손민한과 조성환의 복귀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전국구 에이스’ 손민한의 합류는 흔들리던 선발 로테이션을 안정화시키며 상승세를 추진력을 제공했다. 최근 6연승을 구가하는 동안 롯데는 선발 투수들이 5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제몫을 다해냈다. 지난 6일 좌완 장원준이 두산전서 5.2이닝 무실점 투구로 연승의 물꼬를 튼 이후 손민한이 시즌 첫 등판서 6이닝 무실점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이용훈-송승준-조정훈이 승리를 따냈고 12일 장원준이 다시 승리를 보태 6연승까지 이끌었다. 조정훈과 장원준은 11일 한화전과 히어로즈전서 선발 투수로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에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화끈한 타선 지원으로 승수를 쌓을 수 있었다. 조정훈은 7이닝 5실점, 장원준은 6이닝 5실점을 각각 기록했으나 타선 폭발로 팀은 12-6, 13-9로 승리했고 둘은 나란히 승수를 추가하는 기쁨을 누렸다. 장원준-손민한-이용훈-송승준-조정훈으로 이어지는 5선발 체제에 불펜과 선발을 오가며 ‘마당쇠’ 노릇을 잘해주고 있는 김일엽까지 뒤를 받치고 있는 선발 로테이션은 KIA와 더불어 최강으로 평가된다. 시즌 초반 손민한의 부재와 선발 투수들의 잇단 부상으로 고전하던 선발진이 에이스 손민한의 합류와 함께 탄탄해지면서 따로 놀던 타선도 활발하게 터져 연승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타선에서는 그동안 부진했던 외국인 거포 가르시아와 포수 강민호가 살아나면서 막강 화력을 자랑하고 있다. 아직 불안한 점은 들쭉날쭉한 투구로 믿음이 떨어지는 불펜진이다. 불펜에는 좌우완에 사이드암까지 다양한 조합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자원이 풍부하지만 벤치에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불펜만 안정화되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훌륭한 전력이다. 선발 로테이션이 무너져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다른 팀들에 비하면 롯데는 부러움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선발진이 튼튼해야 팀이 강해지고 연승 행진도 따라오는 법이다. 롯데 선발진은 타선이 침묵하면 호투로 승리의 선봉장이 되고, 타선이 폭발하면 실점이 많아도 승리를 따내는 기분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잘나가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야구에서 타선은 상승과 하강을 거듭하는 사이클이 있어 믿을 수 없다고 한다. 반면 안정된 투수진은 강팀의 필수 요소로 현재의 롯데가 여기에 해당된다. 투타의 조화로 강력해진 롯데가 과연 연승행진을 언제까지 이어갈지 궁금해진다. 연승이 끝난다고 해도 선발진이 지금처럼만 버텨주면 롯데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