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새 월화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여지나 극본, 김정규 연출)가 코믹하게 버무린 30, 40대 싱글 남녀의 감성을 전달하며 15일 첫 선을 보였다. 독특한 노총각을 중심으로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그려내는 로맨틱 코미디인만큼 첫 방송에서부터 발랄하고 통통 튀는 가벼운 분위기가 흐름을 장식했다. 지진희는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의 주인공 잭 니콜슨을 연상시키는 까칠한 노총각 캐릭터로 완벽 변신했다. 건축가 재희(지진희)는 회사 모임에도 참석하지 않고 집에서 알맞게 구운 완벽한 스테이크를 음미하며 혼자만의 즐거움에 빠지는 인물. 남들은 구경도 해보지 못한 것 같은 독특한 의상을 입고, 처음 본 여자에게 스파게티의 직경에 대해 얘기하고, 다큐멘터리 방송 시간을 놓쳤다고 아쉬워하는 재희는 누구보다 뛰어난 건축가였지만, 까칠함과 괴팍함이 묻어나는 시니컬한 남자였다. 재희의 옆집으로 이사 온 유진(김소은)은 밤마다 재희가 틀어놓는 큰 음악소리와 DVD 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런가하면 골드미스인 내과 전문의 문정(엄정화)은 최악의 맞선남(김건모)을 만나 우울함에 빠졌다. 끊임없이 집에서 결혼하라는 닦달을 받고 맞선을 봐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처량하다고 느끼지만,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문정은 유진의 발견으로 긴급하게 실려 온 재희의 항문 염증을 검사하게 됐다. 결국 문정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실려온 재희와 티격태격하며 항문 수술을 단행했고, 재희는 40세 생일날 자신의 엉덩이를 내놓은 채 굴욕 아닌 굴욕을 당했다. 노총각이지만 고독을 모르는 남자와 혼자라는 사실이 가끔은 우울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닌 여자, 다른 별에서 온 두 싱글 남녀는 이렇게 첫 만남을 가졌다. 이에 더해 자꾸 재희와 얽히는 이웃사촌인 20대 유진, 재희의 오랜 친구 기란(양정아)이 앞으로 전개될 폭넓은 애정 관계를 예감케 했다. 연출을 맡은 김정규 PD는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는 각박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그리는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휴머니즘이 강한 드라마다"라고 기획 의도에 대해 전한 바 있다. 한편 '결혼 못하는 남자'는 지난 2006년 일본 후지TV에서 방영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작품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로 방영 당시 일본 TV드라마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ny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