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여름 사나이였다. 소위 '보험록'이라는 오욕을 한 방에 날려버린 시원한 '쾌승'이었다. '화신' 진영수(21, STX)가 지긋지긋하게 자신을 짖누르던 마음 고생을 시원한 승리와 함께 날려버렸다. 진영수는 지난 15일 서울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에서 벌어진 '프로리그 08-09시즌' 5라운드 SK텔레콤과의 경기 3세트서 천적 김택용을 상대로 멋진 승리를 거두며 팀의 2-1 역전을 이끌었다. 그간 상대 전적서 3승 10패로 뒤졌던 설움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통쾌한 승리였다. 사실 진영수의 마음고생은 5월 중순부터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잇달은 패배에 자신감이 떨어진 상태였고, 팀의 고참인 자신의 부진에 팀 역시 분위기가 침체되며 STX는 4라운드 막바지에 6위가 위협받기에 이르렀다. 훈련은 성실하게 받아왔지만 이상하리만큼 저하된 경기력으로 출전을 자제하기까지 이르렀다. 진영수의 부진과 맞물려 '진영수 이적설'까지 대두되며 그의 가치가 떨어진 상황서도 김은동 감독을 비롯한 조규백 코치, 박재석 코치 등 STX 코칭스태프는 진영수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서 STX 코칭스태프는 진영수에게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바로 플레잉 코치로의 변신. 그동안 자신의 경기만 전념하던 진영수는 플레잉코치의 어려운 역할을 수행하며 새로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갇혀있던 시야가 폭 넓게 바뀌면서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더욱 이끌어냈다. SK텔레콤전서 3-1로 승리를 거둔 뒤 김은동 감독은 "진영수의 기용은 절대 실수가 아니다. 김택용을 노리고 나왔던 것"이라며 "그간 기용하지 않았던 것은 선수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했던 것이다. 성실한 선수고 자신이 할 일을 아는 영리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힘을 쏟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동안의 부진을 자신을 믿어준 코칭스태프와 팀원을 위해 시원한 승리를 선사한 진영수. 이제 그는 진정한 '여름 사나이'로 거듭났다. scrapper@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