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영수, "2군에서 마음 추스린 뒤 죽을 만큼 해보겠다"
OSEN 기자
발행 2009.06.16 10: 34

"속상한 것보다 나 자신에게 실망을 많이 했다. 시즌이 끝난 것도 아니지만 개막 전 큰 기대를 했지만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한 번 더 추스려 열심히 뛰는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지난 13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삼성 라이온즈 투수 배영수(29)는 다시 한 번 일어서겠다고 다짐했다. 2007년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배영수는 이듬해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며 9승 8패(방어율 4.55)에 그쳤다. 올 시즌에도 12차례 마운드에 올랐으나 1승 8패(방어율 6.32)를 기록한 뒤 2군으로 강등됐다. 무엇보다 150km 안팎의 빠른 직구가 10km 가량 줄어든게 치명적이었다. 그는 "지금 당장 안 좋다고 해서 신경도 많이 쓰이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더 안타까워 하는게 가장 죄송스럽다. 팀이 잘 나가면 그나마 덜 미안할텐데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가 해줘야 할 몫을 못 하고 후배들도 독려하지 못해 답답할 뿐"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동렬 삼성 감독은 "(배)영수가 해줘야 한다. 열심히 훈련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배영수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후회없이 운동했고 올 시즌 어떻게 됐든 간에 열심히 하고 있다. 팀에서 내가 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을 것이다. 나보다 감독님이 더 답답하실 것이다. 누구나 잘 하고 싶은 욕심은 다 있다. 다만 그 욕심을 못 채우는게 가장 답답하다. 변화를 줘야 하는 시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지만 변화를 주는 것이 겁도 나는게 사실"이라며 "어떻게 해서든 이기고 싶은게 감독님의 마음이고 팀 전체의 마음이다. 지고 싶어하는 팀은 없다. 나 역시 이기고 싶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내가 변화를 줘야 할 부분은 어느 정도 줬다고 본다.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좋아질지 나빠질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다. 2군에 내려온 뒤 한 번 더 생각하게 되고 1군에 머무르며 가시방석 같은 기분도 많이 들었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10일 문학 SK전의 아쉬움을 잊을 수 없다. 7회 네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배영수는 2사 2,3루에서 보크를 범하는 등 1이닝 3피안타 2실점(1자책)을 기록했다. "야구를 하다보면 보크를 허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SK전은 많이 아쉽다. 감독님도 그렇겠지만 팬들에게 가장 죄송하다. 스스로 열심히 던지지 않았다는 것을 느꼈다. 피해가기도 했다. 공 하나 하나 최선을 다해 던져야 하는데 그땐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던졌다. 잠도 못 자고 많이 반성했다. 내가 막았다면 팀이 이길 수 있었는데 나의 성의없는 투구로 팀도 지고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 이곳에 와서 그 경기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난다. 공이 좋든 안 좋든 프로 선수로서 마음가짐이 흐트러진게 가장 아쉽다". 배영수는 '힘을 앞세운 투구를 고집한다'는 지적에 대해 "맞다. 성격이 피해가고 싶지 않고 제구력 위주로 던져야 하지만 그런 부분이 조금 미흡했다는 것을 인정한다. 만약 예전에 지금 같은 스타일로 던지면 통했을 것. 사람이 현실을 인정하고 받아 들여야 하는데 그 시간이 늦어진 것이다. 그래도 마운드에 오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고 공부해야 하는데 고집으로 승부한게 팀에 피해를 준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에게 기교파 투수로의 변화에 대해 조심스레 물어봤다. 배영수는 "기교파 투수가 나쁜 것은 절대 아니다"고 운을 뗀 뒤 "언젠가는 나도 나이가 들면 분명히 (기교파 투수로) 돌아서야 한다. 하지만 지금 시점은 너무 빠르다. 후회없이 노력해서 안 되면 한 번 생각해보겠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9년째 야구하면서 이렇게 스피드에 대한 강박관념은 처음이다. 어릴때부터 공이 빨랐고 그에 대해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은 스스로 계기가 있어야 한다. 한 번 더 처음부터 다시 몸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서 마음을 추스린 뒤 죽을 만큼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뒤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임창용(33, 야쿠르트)에게 조언을 받았냐고 물었다. 그는 "일부러 창용이형과 통화하지 않는다. 선배들의 경험도 있지만 나 자신에게 지고 있는게 가장 크기 때문에 그게 너무 싫다. 마운드에 올라 안타 혹은 홈런을 맞는 것보다 자신에게 지는게 자존심상하고 힘든 일"이라며 "야구가 잘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못하니까 이것도 문제같고 저것도 문제같고 하나같이 문제로 보인다. 나 자신의 벽을 넘어야 하는데 그 벽을 못 넘고 계속 왔다갔다 못 잡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배영수에 대해 '한물 갔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끝날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는 요기 베라의 경구처럼 배영수의 끊임없는 도전 속에 자존심 회복은 결코 어려운 일은 아닐 듯 하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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