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남원의 영화산책] '여고괴담'이 시리즈 5편째를 내놓았다. 1998년 한국 공포영화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는 1편 개봉후 10년 세월이 흐른 다음이다. 한 제작자의 손에서 만들어진 단일 시리즈물로는 한국영화 사상 최장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여고생들의 학교 괴담을 공포물로 만든 1편은 흥행 대성공을 거뒀다. 하이틴은 물론이고 학창시절 무서운 이야기에 한 두번 떨어봤던 성인 관객들도 '여고괴담'에 흠뻑 빠져들었던 시절이다. 이후 '여고괴담'은 격년으로 개봉하며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다. 단순한 귀신 호러물에서 벗어나 그 때마다의 여고 풍속도를 그리는 하이틴물 성격이 짙어져 간 것도 이채롭다. 또 '여고괴담'에 출연한 신예들은 그대로 한국 여배우의 스타 계보를 이어갔다. 1편의 이미연 김류리 최강희를 시작으로 2편 김민선 박예진 공효진, 3편 송지효 박한별 조안, 4편 김옥빈 차예련 등이다. 2005년 개봉했던 4편은 최근 '아내의 유혹'에서 악녀 역할로 오랜 무명 설움을 떠쳐낸 김서형이 음악 교사 역할로 출연한 바 있다. 이번에 막을 올릴 5편의 주제는 동반 자살이다. 여고생들 사이에 떠도는 학교 괴담을 공포물 소재로 삼았다기 보다는 지금 청소년 사회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물론 동반 자살의 원인이 되는 진학 고민과 친구 사이의 갈등은 언제나 여고생들을 괴롭히는 문제지만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1년 선후배도 세대차를 겪는 게 요즘 세태다. 그래서 '여고괴담'은 시리즈 숫자를 더할수록 유령과 귀신의 공포를 조금씩 덜어내고 현실 속 심연의 늪에 빠져드는 것으로 관객을 떨게 만드는 데 노력하는 모양이다. 문뜩 한적한 밤 거리 귀신 보다 낯선 사람이 더 무섭다는 할머니들 이야기가 떠오른다. 여고괴담' 시리즈의 이춘연 제작자도 "단순히 공포영화로 '여고괴담'을 만들지 않은 지 오래다. 오히려 여고생들을 위한 시대물이란 표현이 더 적합하다"며 "비명을 지르는 무서움 보다 그녀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뒷골이 서늘해지는 차가움을 느껴보라"고 권한다.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고 살아남는 시리즈물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미션 임파서블'과 '본'으로 대표되는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의 시리즈 명력은 숨들릴 틈도 없이 빠르고 강렬해지는 긴장감과 액션 수위에 있다. '트랜스포머' '해리포터' '캐리비안의 해적' 등 SF와 판타지 블록버스터의 시리즈 강점은 갈수록 현란해지는 CG 효과에서 찾는다. 그렇다면 공포물 시리즈의 강점은? 스크린에 시뻘건 피를 쉴새없이 들이붓고 희생자들을 잔인하게 난도질해 죽이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고 관객은 쉬 질려버린다. 새로운 공포를 창출하는 하이틴 시대물로 변해가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10년 세월에 새삼 눈길이 가는 이유다. [OSEN 엔터테인먼트팀 부장]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