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캐릭터는 점점 현실화되고 입체적으로 변한다. 과거 선악의 뚜렷한 대립에서 벗어나 이유있는 악역, 불완전한 선인 등 인간적인 모습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악역이 있는 드라마가 시청률을 장악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현재 프로그램 인기 순위 상위권을 살펴보면 KBS 2TV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을 제외한 상위 3개의 드라마가 개성 강한 악역 캐릭터로 극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시청률 30%를 돌파한 SBS 주말특별기획 ‘찬란한 유산’에는 고은성(한효주 분)의 새엄마 백성희(김미숙 분) 데뷔 30년 만에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다. 백성희는 남편이 사라지자 친자식이 아닌 은성과 은우(연준식 분)를 무일푼으로 쫓아내고 딸 승미(문채원 분)와 호위호식하며 살고 있다. 이 모든 악행과 이기주의는 오로지 딸 승미를 위해서라고 자기합리화 하면서 말이다. 결국 백성희라는 악역이 존재했기에 고은성이 시련을 이겨내고 성장할 수 있었으며 그 과정에서 진성그룹 장숙자(반효정 분) 회장의 눈에 띄어 유산을 상속받으며 극의 갈등 구조도 부각돼 긴장감을 더한다. 방송 초반부터 시청률 급상승하고 있는 MBC 특별기획 ‘선덕여왕’은 타이틀롤보다는 악역 미실 역의 고현정에게 포커스가 맞춰있다. ‘선덕여왕’은 아역 남지현에서 이요원으로 변화하는데 8회의 시간이 필요했지만 미실은 처음부터 극이 끝날 때가지 고현정이 소화해 내고 있다. 자신의 미모를 이용해 권력을 손에 쥐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선덕여왕 뿐만 아니라 ‘선덕파’인 천명(박예진 분), 김유신(엄태웅 분)과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대립한다. 종극으로 치닫고 있는 ‘하얀거짓말’은 끊임없이 서은영(신은경 분)과 강형우(김태현 분)를 괴롭히는 악역들이 등장한다. 극 초반에는 형우의 모친 신회장(김해숙 분)이 아들에 대한 과도한 사랑과 집착으로 은영을 힘들게 했다. 이후 은영의 옛연인이었던 정우(김유석 분)에 이어 정우의 아내 나경(임지은 분)까지 지독하게 은영을 괴롭힌다. 이처럼 극 초반부터 종극까지 끊임없이 순수하고 따뜻한 은영과 형우를 괴롭히는 악역이 등장한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은 아침드라마로서 시청률 20% 돌파와 40회 연장이라는 결과를 끌어냈다. 반면 시청자들에게는 호평 받고 있지만 착하기만 한 KBS 2TV ‘그저 바라보다가’, ‘결혼 못하는 남자’, SBS ‘시티홀’ 등은 시청률이 답보 상태다. MBC 주말 특별기획 ‘2009 외인구단’ 역시 악역이 부드러지지 않아 긴장감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miru@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