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히어로즈전 왜 감독의자 비웠나
OSEN 기자
발행 2009.06.19 07: 56

'일종의 항의 표시인가'. 지난 18일 SK와 히어로즈간의 3연전 마지막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목동구장. 3회가 끝난 후부터 SK 김성근(67) 감독이 보이지 않았다. 한 언론사 사진기자가 김 감독이 언제부턴가 자리를 비운 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기자실로 알려왔다. 이후 김 감독은 단 한 번도 감독의자에 다시 앉지 않았고 경기는 히어로즈의 6-1 완승으로 끝이 났다. 김 감독이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은 이날 0-4로 뒤진 3회 공격에서 나온 오심 때문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2사 2루에서 2루 땅볼을 친 박재상은 공보다 앞서 1루 베이스를 밟았다. 이는 TV 화면에 정확하게 잡혔고 여러 차례 재생됐다. 추격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장면이었기 때문에 중요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날 1루심으로 나선 박기택 심판은 아웃으로 선언했다. 박재상과 김태균 1루 주루코치가 잠시 항의에 나섰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 때 김 감독의 표정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경기 중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김 감독이 고개를 내밀고 불만이 역력한 표정으로 1루쪽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계속 이 장면이 걸렸기 때문인지 김 감독은 경기 중 심판실까지 찾아가 대기심으로 있던 김병주 심판을 만났다. 그리고 김 심판으로부터 "오심이 맞지만 이미 선언된 판정이라 번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들었다. 김 감독은 곧바로 원래 자리가 아닌 원정 감독실로 향했다. 목동구장의 원정감독실은 벤치 뒤쪽에 위치돼 있고 검은 선탠이 돼 있다. 밖에서 속은 잘 들여다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김 감독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고 승부가 나자 "노 코멘트"라는 경기평을 홍보팀에 전달한 후 경기장을 바로 빠져나갔다. 그동안 김 감독에게서 볼 수 없었던 의외의 행동이었다. 지난 2007시즌부터 이날 전까지 김 감독은 심판 판정에 대한 어필을 자제해왔다. OB,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감독을 거치는 동안 보여준 '틈만나면 나와 항의'에 나서던 모습은 사실상 보기 힘들었다. 취재진 앞에서 한국야구에 쓴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을 때도 심판 판정과 관련해서는 목소리 톤을 살짝 낮췄다. "심판의 권위가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며 신중을 거듭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얼마전부터 참아오던 '판정문제'에 대해 조금씩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경기에 대해서도 주심의 결정적인 두 번의 콜이 팀 승부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김 감독은 이날 판정에 대한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 이날 오심에 대해 항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김 감독이 심판의 오심에 좀더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최근 투타 밸런스가 무너지며 9경기에서 3승 6패를 기록, 부진에 빠진 팀 사정과 맞물려 김 감독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기택 1루심은 6-1로 점수가 벌어져 사실상 SK의 패배가 결정된 8회 박정권의 타구 때도 세이프를 아웃으로 선언, 두 번의 확연한 오심을 선언했다. 한편 이날 경기가 한창인 목동구장 뒤쪽에서는 SK 신영철 사장이 허운 경기감독관을 만나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오심에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