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까지 항상 그의 자리는 최정상이었다. 팀이 해체위기에 몰릴 때도 프로게이머 최고 연봉킹을 차지할 때도 언제나 스포트라이트의 대상은 그였고, 그의 시대는 끝나지 않을것으로 생각됐다. 그러나 흘러가는 세월은 누구도 막을 수 없나 보다. '천재 테란' 이윤열(25, 위메이드)이 데뷔 이후 최악의 상황에 봉착했다. 이윤열은 지난 18일 서울 문래동 룩스 히어로센터에서 열린 '아발론 MSL' 32강전서는 그야말로 뭇매를 맞으며 씁쓸하게 32강 패자조로 떨어지고 말았다. 프로리그와 개인리그를 포함해 충격의 6연패. 현재 이윤열의 실력의 위치를 한 눈에 알수 있는 결과다. 이윤열은 당대 최강의 프로게이머. 2000년 데뷔 이후 항상 두각을 나타냈고, 2003년 프로리그 원년부터는 항상 프로리그의 주인공이었다. 프로리그 뿐만 아니라 개인리그서도 스타리그와 MSL서 각각 3차례씩 우승하며 살아있는 전설로 칭송받았다. 프로리그 08-09시즌이 시작되기 전만 해도 프로리그 통산 최초 100승의 주인공이 될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12승 12패를 기록한 2007 전기리그 이후 페이스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경쟁자 박정석의 공군 입대로 100승의 주인공은 그가 될거로 생각됐다. 하지만 그마저도 경쟁자 '영웅' 박정석에게 빼앗겼고, 이제는 이제동을 비롯해 한참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특히 자사가 후원하며 우승을 목표로 달리던 MSL서도 변형태에게 참패를 당하며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이윤열의 부진에 대해 위메이드 김양중 감독은 "지금 흘러가는 상황이 이윤열에게 힘들 것이다. 과거 이윤열 중심의 원맨팀으로 불릴때하고 지금은 분명 다르다. 이런 것 뿐만 아니라 지금 상황이 이윤열에게 생소할 것이다. 그것 뿐만 아니라 본인이 지금 많이 힘든 시기인 것 같다. 부진에 이윤열도 많이 힘들어한다. 하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해서 훈련에 임하고 있어 후배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최고 선수였던 만큼 다시 부진을 떨어낼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윤열에 대한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다. 재기를 예상하는 김양중 감독의 예상과는 달리 온게임넷 김태형 해설위원은 이윤열의 재기를 순탄치 않게 예상했다. "일단 프로게이머의 여러가지 능력치가 있다. 과거에는 전략, 전술, 컨트롤, 생산력 등 어느 하나만 잘해도 됐다. 모든 것을 고루게 잘했던 선수가 바로 이윤열이다. 고른 능력으로 인해 오랜시간 천재테란으로 불렸던 거고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이윤열을 비롯해 올드게이머들의 부진한 이유는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트렌드는 전략나 타이밍 생산력 등 뭐 하나만 잘해도 강했고, 통하던 시대가 아니다. 요즘 선수들은 이 모든 능력치가 톱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부문에서 능력치가 최근 요구하는 것과는 다르게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꾸준한 연습이 현재 위기를 탈출하는 답이 될 수는 있다. 또 연습만이 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아무리 e스포츠가 멘탈스포츠지만 이제 이윤열은 벽에 부딪힌 느낌이다. 한계가 아닌가 한다. 그러나 이윤열이 이제까지 해온 커리아가 있고, 또 현명한 선수라 다시 일어설 거라 믿고 싶다". 지난 18일 한국e스포츠협회가 발표한 프로리그 08-09시즌 5라운드 4주차 엔트리를 살펴보면 이윤열이 모두 빠져있는 상황. 빠르게 변화하는 현재의 트렌드도 과거 자신의 특징이었던 자유롭게 상대를 제압하던 기발한 경기력을 살리지 못한다면 이윤열도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다. 사실 이윤열에게 2009년은 정말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984년생인 그가 공군에 입대할 수 있는 기회는 올해 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좋은 성적으로 내후년까지 꾸준하게 활동하느냐 군에 들어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2006년 프로게이머 최초로 스타리그 3회 우승의 골든 마우스를 차지했고, 2억 5천만원이라는 거액으로 연봉킹에 올랐던 이윤열. 이윤열이 지금 최악의 부진을 딛고 멋지게 부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crapper@osen.co.kr
